히틀러가 죽던 날, 그의 욕조서 목욕한 간 큰 여자…종군기자 전설됐다
베트남전 실상 폭로 ‘커버 업’ 등
저널리즘 본질 묻는 영화 개봉

바로 그날, 히틀러의 뮌헨 본가에선 한 장의 문제적 사진이 촬영됐다. 한 여성이 히틀러의 개인 욕조에서 목욕하며 찍은 ‘나체 사진’이었다. 히틀러의 사적 공간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단순한 기행(奇行)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 다시 평화가 왔다’는 함의를 담은, 자유와 해방의 증거였다.
이 사진을 찍은 인물은, 제2차 세계대전 종군 사진기자 리 밀러였다.
여성 종군기자의 생멸을 그린 신작 ‘리 밀러’를 비롯해 저널리즘 본질을 묻는 영화들이 속속 제작·개봉되고 있다. 가짜뉴스로 진실과 허위의 경계가 모호해져 언론의 위상이 수직 낙하한 오늘날, 저널리즘을 다룬 영화들은 ‘무엇을,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란 난제를 우리의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배우 케이트 윈즐릿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리 밀러’에서, 리는 “여성은 종군기자가 될 수 없다”는 당대 관례를 깨고 지옥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갔다. 리가 처음부터 사명감에 가득 찬 건 아니었다. 패션잡지 ‘보그’의 모델이었다가 사진기자로 전향한 그는 연인 롤랑과 함께 뉴욕에서 런던으로 이주해 새 삶을 꿈꿨다. 하지만 유럽의 공포는 리를 누군가의 뮤즈로만 놔두지 않았다. 리는 아주 천천히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전장 사진을 보그에 전송하고자 고투한다.
비처럼 쏟아지는 폭탄, 얼어 죽지 않기 위한 사투, 혼란에 휩싸인 거리를 찍은 이미지가 리에게 처음부터 허락된 건 아니었다. 전장으로 떠나기 전 “네 부고기사를 먼저 써서 회사에 보내야만 따라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기도 했다. 나치에 부역한 혐의를 받는 여성의 머리카락을 성난 군중이 밀어버리는 사진, 온 가족이 청산가리를 삼켜 떼죽음을 선택한 직후의 참상, 썩은 시취가 풍기지만 굳게 닫힌 홀로코스트 열차 풍경이 리의 앵글을 그렇게 스쳐갔다.
리는 서서히 의문을 품는다. 거리의 사람들이 실종돼 왔다는 엄연한 사실을. 리의 의문과 달리, 주변인들은 그들의 실종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치의 이상에 반하는 자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이 영화는, 그들(유대인)이 어디로 갔는지를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극한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 대목에 이르면 평이했던 영화는 얼음으로 가득해진다. 리는 500마일(약 800㎞)을 달려 나치의 심장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죽음은, 전해 듣거나 상상한 것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한다.
히틀러가 패망한 그날, 리는 찌든 몸으로 옷을 전부 벗고 히틀러의 욕조에 앉는다. 이 사진 한 장이 소속회사 보그에 실렸을 때 전 세계 독자가 느낄 안도감을 리는 계산한 것이었다.
![엘런 쿠라스 ‘리 밀러’ [영화사 진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3/mk/20251003061811462hxyi.png)
지난 8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에 초청돼 찬사를 받은 영화 ‘커버 업(은폐)’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설적인 탐사보도 기자 시모어 허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허시는 베트남전쟁과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의 ‘학살·고문 스캔들’을 파고들어 일명 ‘외로운 늑대’로 불렸던 언론인이다. 허시는 1969년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민간인 500명을 학살한 ‘미라이 사건’을 폭로해 1970년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았고, 노년에 이른 2004년엔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고문 사건을 보도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바오 응우옌 ‘스트링어: 그 사진을 찍은 남자’ 한 장면. [넷플릭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3/mk/20251003061812758hhat.png)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스트링어: 그 사진은 누가 찍었나’는 사진 한 장을 둘러싼 진실과 허위, 격렬한 논쟁과 파괴적인 서사를 품은 영화다.
![로라 포이트라스 ‘커버-업’ [mk2]](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3/mk/20251003061814028ytar.png)
올해 1월 미국의 독립영화제 메카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스트링어’가 공개된 직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스트링어’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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