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 재테크]① 적금 말고 ETF로 용돈 굴리는 ‘리틀 개미’
4년 새 ETF 규모 5배↑… 美 지수에 집중
美 증시 고점 우려도… “장기 투자엔 부담”
과거 은행 예·적금으로 자녀들에게 저축의 중요성을 가르치던 부모들이 최근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등을 활용해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 투자자인 일명 ‘리틀 개미’들의 주식 계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말 416억원 수준이던 미성년 계좌의 국내·해외 ETF 잔고는 올해 9월 16일 기준 2164억원으로 5.2배 급증했다. 국내·해외 개별종목 잔고가 같은 기간 5768억원에서 7980억원으로 1.4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성장세다. 투자 비중으로 계산하면 ETF는 이 기간 6.7%에서 21.3%로 확대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미성년 예·적금 계좌 수는 4년간(2020년~2024년) 527만개에서 484만개로 약 8%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의 미성년 고객 수가 최근 4년간 40.1%(17만3982명→24만3697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미성년자 주식·펀드는 일반적으로 자녀가 미성년일 때 시작해 등록금이나 경제 자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복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만 19세 미만 자녀에게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돼 절세 효과도 볼 수 있다.
미성년 투자자들의 계좌를 살펴보면 해외주식에 활발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해외주식 보유액은 2178억원(886억→3064억원)으로 늘며 국내주식 보유액이 1783억원(5297억→7080억원) 증가한 것을 웃돌았다.
그런데 종목별 비중으로 따지면 해외주식 내 개별종목 투자 비중은 78.6%에서 64.1%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대로 ETF 비중이 21.4%에서 35.9%로 늘어났다.
부모가 조기 증여를 위해 자녀들의 계좌를 만든 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별 종목보다 변동성이 낮고 위험 분산이 가능한 ETF 비중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증권계좌보다 세제 혜택 면에서 유리한 연금저축 상품은 개별종목 매매가 불가능하다. 올해 9살이 된 자녀의 이름으로 연금저축계좌를 만들었다는 직장인 김정현(43)씨는 “지난 4월 아이 명의의 계좌를 만들고, 2000만원을 먼저 증여했다”며 “S&P500과 나스닥 추종 ETF에 절반씩 넣어뒀는데,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쯤에는 용돈으로 직접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따로 계좌를 터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적금에서 주식시장, 그중에서도 해외 ETF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는 것은 미국 증시의 경우 오랜 기간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나 나스닥지수는 국내 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보여왔다. 최근 약 5년간(2021년 1월 1일~2025년 9월 16일)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43%, 39%씩 오른 반면, 코스피 지수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18% 하락했다.
이 기간 미성년 계좌 내 순매수 상위 ETF 5개 중 4개는 미국 지수 투자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가 140억원(9930명)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INVESCO QQQ 트러스트 SRS 1(72억원·3429명) ▲뱅가드 S&P500(70억원·2495명) ▲KODEX 미국S&P500(58억원·3892명) 등이 뒤를 잇는다. 그 외 미국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60억원·4258명)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24억원·2392명) ETF 등도 순매수하는 모습이었다.
예·적금에서 증시로 미성년 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지만, 주식은 위험자산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TF 안정성이 개별 주식보다야 훨씬 높지만, 그럼에도 주식은 주식이라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닷컴버블’에 근접했고, 가계의 주식 비중 확대와 대규모 투자자금 유입이 과열 조짐을 강화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종목 중심의 고평가 국면에서는 특히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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