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원장 “삼성생명 일탈회계 유지는 ‘승계’ 때문이라 생각”

한국회계기준원장인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2일 “삼성생명이 국제회계기준 적용을 거부하고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일탈 회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승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삼성생명 회계처리 관련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사가 유배당 계약자들이 곧 사망할 것임에도 배당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이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삼성생명 계약자들과 주주들의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 교수 지적이다. 그는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한 선언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일탈 회계 논란은 삼성생명이 과거 1980년대 유배당 상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의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들은 보유 중인 주식을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지급될 몫을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표시해왔다.
하지만 2023년 새로 도입된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은 향후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현재 가치로 계산해 보험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 말 금융감독원에 기존처럼 계약자 지분조정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당장 주식 매각 계획이 없기 때문에 계약자 지분조정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보험부채로 추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생명 주장처럼 부채로 표시할 수 없다면 계약자 지분조정을 ‘자본’으로 표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부채에 표시된 유배당 계약자의 몫이 과도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일탈’을 허용했다.
이 교수는 “IFRS17에는 예상과 실제 차이를 스스로 수정하는 기능이 장착돼 있어 일탈 회계에서 돌아오는 경우 올해 삼성생명이 매각한 전자 주식뿐 아니라 나머지 미매각분 전체 물량도 최선 추정을 통해 보험부채를 계상해야 한다”며 “매각 계획이 없음을 공표하는 것은 계약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는 행위로 신의성실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IFRS17을 적용한다고 없던 유배당 계약자 배당이 새롭게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당을 회피하기 위해 일탈을 적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일탈 회계는 글로벌 단일 기준인 IFRS17에서 담지 못하는 각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적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1일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는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정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생보사 등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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