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고비 성지’에 몰린 사람들…아동도, 임산부도 처방받았다

'기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위고비, 어느덧 국내 출시 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도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 상륙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SNS엔 위고비 효과를 '간증'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고, 서울 종로, 강남, 가산디지털단지 등엔 '위고비 성지'로 불리는 병원들이 생겼습니다. 이른바 '1분 처방'이 가능하다고 입소문을 탄 곳들입니다.
하지만, 강력한 효과만큼 부작용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구토, 복통, 어지러움, 탈수 등 증상은 흔한 수준이고,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는 경험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KBS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과 함께 위고비 처방과 부작용 실태를 다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 위고비 '1분 처방' 성지 찾아가 봤더니…"원래는 안 되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배에 직접 투여해야 하는 '자가 주사제' 형태의 의약품입니다.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GLP-1' 호르몬 작용을 모방해, 체중 감량에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권장 투약 대상은 비만 환자입니다. BMI, 즉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27을 넘으면서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입니다. 18세 미만과 임산부는 처방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BMI 21, 즉 정상 체중에 해당하는 기자가 직접 서울 종로의 한 '위고비 성지'를 방문해 봤더니, 처방부터 구매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병원은 30명이 넘는 환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였고, 문 앞 계단까지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듣던 대로 '1분 처방'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도 따로 없었습니다.
의사는 "위고비가 처음이냐",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가 없느냐", "갑상선 암 가족력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이후 간단한 사용법과 부작용을 설명한 뒤 "일단 시작 용량으로 한 달 드려보겠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고도비만이 아닌데 맞아도 상관없는 거냐"고 묻자, 그제야 "사실 원래 안 된다. 안 되는데, 다들 마르신 분들이 오셔서 달라고 한다"며 키와 몸무게를 구두로 묻기 시작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BMI 지수를 계산해 보더니 "사실 어느 정도 (BMI) 18대만 아니면 그래도 드리긴 한다"며 "원래는 의학적인 차원에선 다들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위고비는 원래 가장 낮은 용량인 0.25mg(1단계)부터 한 달 투약을 시작해, 0.5mg(2단계), 1mg(3단계), 1.7mg(4단계), 2.4mg(5단계) 등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맞는 주사제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요청하자 1~3단계 석 달 치를 한 번에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70~80만 원어치입니다.
의사는 이번에도 "그렇게 추천해 드리진 않는다"고 했지만 "보관만 잘하시면 2개, 3개까지도 받아 가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질문했는데도 그랬습니다. 처방전을 받아 들고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 가서 약을 수령하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 셈입니다.
■ 12세 미만도, 임산부도 처방…커지는 오남용 우려
오남용 우려는 수치로도 확인됐습니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아동이 처방받은 건수가 6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임산부 역시 194건이나 처방받았습니다.

위고비 처방 병원은 진료과목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정신과(2,453건)나 비뇨기과(1,010건), 안과(864건), 치과(586건) 등 비만 치료와 무관해 보이는 병원에서도 수천 건이 처방된 겁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졌을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특히나 이 통계는 의사가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에 입력한 것에 한정된 수치이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처방 건수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 의심 증상' 961명…159명은 응급실 찾아
부작용에 대한 통계도 살펴봤습니다. 현재 식약처에 공식 보고된 위고비 이상 사례 건수는 2024년 49건과 2025년 1~6월 221건 등 모두 270건으로, 가장 많이 나타난 건 구역, 구토, 설사 등 증상입니다.
하지만, 식약처가 경고한 위고비의 부작용 증상 기준으로 투약 뒤 내원 사례를 집계해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구토, 두통, 어지러움, 설사, 변비 등 상대적으로 흔한 증상은 제외하고, 급성췌장염, 담석증, 담낭염, 급성신부전, 저혈당 등 부작용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위고비를 투약한 뒤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961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릅니다.
실제, 위고비 처방 병원의 의사는 기자에게 "부작용으로 설사와 구토가 심하고 응급실 가신 분도 봤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복지부 차원 관리 미비…"각별한 주의 필요"
이처럼 오남용과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인데도, 사실상 보건복지부 차원의 관리는 미비합니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제가 '비급여 의약품'이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 기준을 위반한 처방 자체를 규율하는 법이 없기도 하고, 의료법 위반으론 보기 어렵다"며 "아직까진 보험 적용이 되는 비만치료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아무리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고 비만 치료 주사제의 경우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처방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해서 비만 치료제의 무분별한 처방과 남용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손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엔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까지 국내에 출시되며, 자가 주사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이 더 커진 상황.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최유경 기자 (60@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이진숙 “대통령 위에 개딸 권력? 자, 수갑차고 있습니다!” [지금뉴스]
- [단독] “사망 하루 전 통닭 결제?” 무연고 노인 재산 ‘관리 사각’
- “샌드위치 데이, 공식적으로는 쉴 생각. 여러분도…” 그 다음 말은 [지금뉴스]
- “송편 잘 빚어 뭐해, 정치 잘해야지” 할머니 직설화법에 멈칫 [지금뉴스]
- “제 통장에 어김없이 명절비 425만 원이 찍혔습니다” [이런뉴스]
- ‘침팬지의 어머니’ 동물학자·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별세
- 변우석 ‘황제경호’ 결말은 벌금 100만 원…판사의 질타 [지금뉴스]
- 조은석 특검 모친상 뒤늦게 알려진 이유 “파견 검사도 몰랐다” [지금뉴스]
- 노인의 ‘○○ 교제’ 시간, 하루에 고작 31분 [지금뉴스]
- GD·장원영 초호화 캐스팅 보다 ‘깜짝’…APEC 홍보 영상 [지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