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의 세상현미경] 미국이 쇄국을 하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2025. 10. 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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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안타까운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쇄국주의로 세상과 결별을 택하고 있다. 쇄국이란 단어는 조선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조선이 세상과 단절되며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이 단어가 등장한다. 쇄국을 선택한 인물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 대원군이다. 놀랍게도 미국에 흥선과 같은 인물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비전으로 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희한하게도 그는 자신의 목표달성 방법으로 쇄국을 택했다.

트럼프가 택한 첫 번째 쇄국은 통상쇄국이다. 이것의 시작은 트럼프 1기 시절 중국을 관세로 압박하면서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되며 열린 2기 시절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관세를 결정하는 규칙도 없었다. 마음에 들면 깎아주고 안 들면 올리는 방식이다. 물론, 그의 통상쇄국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거대한 무역적자 때문이다. 최근 5년만 보더라도 2020년 6537억 달러, 2021년 8481억 달러, 2022년 9448억 달러, 2023년 7849억 달러, 2024년 9184억 달러의 적자를 경험했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 관세를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미국 스스로 만든 것이다. 주요 산업이 성숙되거나 쇠퇴기에 이르자 미국은 이들을 해외로 이전시키며 수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쌓인 것이 지금의 무역적자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 틈 속에서 중국이 폭풍 성장해 미국을 위협하고 있음도 깨달았다. 이 문제를 극단적 방법으로 풀어가려는 사람이 트럼프다. 그 방법으로 통상쇄국을 택했다.

지식쇄국이 두 번째다. 인재의 미국입국을 막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외국인력의 미국유입을 막는 것이다. 미국인의 일자리 보호가 명분이다. 처음에는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책이 펼쳐졌다. 이제는 전문인력도 대상이다. 2020년 미 대학원 졸업 외국인의 OPT(학생실습) 프로그램 제한이 시발점이다. 이것이 강화된 것이 2025년 9월에 발표된 H-1B 비자 제도 강화다. 이 비자를 신청하려면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1000달러만 내면 되는 것이었다.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조치인지를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1933년 나치 정권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며, 미국을 최고의 지식 강국으로 일으켜 세웠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 출신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대만 출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영국계)이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남아공 출신 캐나다계)도 이민자 출신이다. 2024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의 46%가 이민자 또는 이들의 자녀가 창업했다(AIC). 이제 이럴 일이 미국에서 줄어들 것이다.

세 번째 쇄국은 관계쇄국이다. 트럼프는 가장 먼저 최우방국인 유럽과 관계단절을 시도했다. 트럼프는 그의 1기 시절부터 유럽 동맹국들이 방어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며 불평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연이어, 파리기후협정 탈퇴, UN 인권이사회 탈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을 단행하며 국제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캐나다에 대해서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모욕적 발언을 하며 캐나다와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미군의 역할변경을 주장하며 미국 방어선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관계단절 행위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트럼프식 쇄국주의는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부정적이다. 미국의 통상쇄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을 가속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엄청난 피해를 본다. 유럽은 지금 미국산 수입품에 매우 부정적이다. 예로,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며 판매가 격감했다. 미국과 갈등하고 있는 캐나다는 미국산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미국의 관광산업은 급격한 관광객 감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외국인 인재유입 제한은 미국의 혁신을 멈추게 할 것이다. 1997~2019년 중 미국에 설립된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유니콘) 기업의 44%가 이민 창업자에 의해 설립되었다(Venture Capital Initiative). 2025년 상반기 기준 AI 분야 상위 기업의 53%도 이민자가 창업한 것이다(CB인사이트). 이들이 미국에 정착하게 된 통로가 바로 H-1B 비자다. 이를 통제하는 것은 미국의 성장을 멈추는 행위다.


관계쇄국은 동맹국의 미국에 대한 신뢰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고 있고 전통 우방국과도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미국적 가치’라는 엄청난 자산을 잃었다. 국제사회, 특히 자유 진영을 결속하던 가장 큰 힘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이 힘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신이 난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과 소원해진 유럽연합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도 공략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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