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자연이 된 제인 구달

‘당신이 하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자연으로 돌아간 제인 구달의 91년 삶을 지배한 열정은 세 가지였다. 동물·자연에 대한 ‘사랑’, 더 나은 인간 세상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나로부터의 ‘행동’, 즉 실천이었다. 그에게 희망은 뭔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제인구달연구소는 그의 별세를 알리며 “동물행동학자로서 그녀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자연 보호와 복원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였다”고 했다.
대중은 구달을 ‘침팬지의 어머니’로 기억한다. ‘도구 사용은 인간 특성’이란 통념을 깨트리며 동물행동학의 새 지평을 연 업적도 컸지만 연구 방식 또한 큰 이유가 됐다. 침팬지들을 우리에 가두는 대신 탄자니아 곰베의 열대우림에 천막을 짓고 10년간 야생 침팬지를 관찰했다. 자연을 떠나지 않은 연구였기에 도구 사용이나 위계형성, 성생활, 육아, 폭력성 등을 새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 침팬지의 폭력성을 깨달으며 인간도 직시했다. 구달은 2016년 “많은 면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수컷 침팬지의 지배방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대중에게 구달은 환경운동가로 친숙했다. 그는 해마다 300일간 세계 각국을 다니며 “희망이 있다. 가능한 한 가벼운 생태학적 발자국을 남기라”고 인간 변화를 호소했다. 세상을 떠난 마지막 순간도 강연여행 중이었다. 1991년 탄자니아 어린이 열명으로 시작한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은 100여개국 10만명으로 커졌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서천 국립생태원엔 ‘제인 구달의 길’이라는 숲길도 존재한다.
그는 운동가이지만 온화했다. 입장이 다른 이들로부터도 진정성을 존중받는 이유다. 그의 어록 중 특히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마음을 울리는 건 이야기입니다. 고집 센 사람들과 논리로 다투는 건 무의미해요.” 연약한 한 인간이 어떻게 인류적 문제 극복을 시작할 수 있는지 신비가 담기지 않았는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저서 <양심>에서 이 말을 떠올리며 운동은 “조용히, 온화하게, 그러나 끈질기게”라고 했다. 점점 비루해지는 ‘수컷 침팬지들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도 구달의 세 가지 열정이 오래도록 인류의 마음을 울렸으면 싶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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