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아 작가 첫 평론집 『순수純粹로 잇다』 출간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 모든 예술이 지향하는 본질적 자세. 사전적으로는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음, 또는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을 뜻하는 '순수(純粹)'가 그렇다.

송미아는 '순수'를 유물처럼 진열하지 않았다. 아동문학 독서평론집인 이 책에서 그는 작품과 독자, 이야기와 삶 사이에 무명실을 꿰듯 한땀 한땀 정성 들여 잇는다. 문학평론은 작품을 도마에 올려놓고 오로지 잘라내고 판정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텍스트가 태어난 맥락과 언어의 결, 독자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함께 더듬으면서 말이다.
평론은 단죄가 아니라 안내, 독선이 아니라 공감과 성찰의 기술이어야 한다. 비평가는 확신보다 의문을, 단정보다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 성급한 재단이나 무조건적 비판으로 의미의 다층성을 가리는 평론가들의 글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송미아의 평론이 돋보이는 이유다. 마치 마음 꾹꾹 눌러 쓴 시(詩)에 가깝다.
이 책은 여덟 개 범주로 나눠 펴냈다. ▶동시와 동시조 ▶성장동화 ▶역사동화 ▶생태동화 ▶청소년 단편소설 ▶제주설화 ▶제주어 시와 시조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작가들의 아동·청소년문학을 분석했다.
아동문학에서는 박희순, 민병도, 이상교, 어윤정, 박재형, 조경희, 김도경, 김남형, 손영순 등의 작품을 다뤘고, 청소년문학으로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 파티〉 외에 제주 설화를 다룬 박미윤, 장영주, 그리고 제주어문학으로 김신자, 양전형, 김정숙의 작품도 살펴봤다. 또한 저자가 참여하고 있는 가족독서 생활화 캠페인 '온 가족 맛있는 책 읽기'를 소개한 글도 눈에 띈다.
때로는 제주 설화와 제주어 문학을 불러내 섬의 기억이 동화 속 아이들의 숨결과 어떻게 마주 앉는지 보여준다. '줄거리 요약'이나 개념 나열이 아니라, 문장과 장면의 미세한 떨림을 느껴 내는 정독의 미학이 이어진다. 그 결과 비평은 학술의 언어를 벗어나 에세이처럼 읽히는 사유의 기록이 된다.
송미아는 "이 책은 처음엔 누군가의 책 읽기를 돕기 위해 쓴 독서칼럼으로 시작한 글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글들이 내 자신을 읽어내는 성찰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라며 "따라서 타인의 독서를 비추던 언어는 점차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그 여정은 결국 내 안의 침묵과 마주하는 힘이 되었다. 나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주신 고(故) 고봉선 시인께 이 책을 바친다"라고 말한다.

송미아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생명력 넘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랐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30여 년간 한우리 제주지부를 이끌며 '온가족 맛있는 책읽기' 시민 독서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독서지도에 힘써왔다.
『소년문학』을 통해 아동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서귀포신문사 제주어문학상, 한국아동문학회 오늘의 작가상(평론), 제주시조시인협회 시조백일장 차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詩가 있는 관찰일기 『꼬마철학자』, 평론집 『양전형 작가-문학과 기록 사이, 제주어를 통섭하다』, 공저 『그리운 표선 백사장 길 따라』 등의 전자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