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윤석열 담화 직전 부하들에 “계엄 선포되면 따르겠냐” 물었다

12·3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방송되기 전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이 부하들에게 “계엄이 선포되면 따르겠느냐”고 물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낮부터 부대원들에게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부대에 복귀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는 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 등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관련 지시를 들었던 방첩사 소속 간부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특검 측은 ‘여 전 사령관이 계엄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게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들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사전에 계엄 선포 사실을 들은 적은 없지만, 이례적인 징후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여 전 사령관의 측근인 이경민 전 방첩사 참모장은 지난해 12월3일 밤 9시~9시30분쯤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올라와 보라”는 말을 듣고 사령관실로 갔다. 당시 “내가 왜 부른 것 같으냐”고 물으며 말문을 연 여 전 사령관은 “육군 참모총장이 (서울로) 올라오고 있고, 국무위원들이 소집되고 있다. 너희는 계엄이 선포되면 따르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전 참모장 증언에 따르면 당시 자리에 있던 이들은 “북한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무슨 계엄이냐” “국무위원들이 반대할 거다”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도 “설마 계엄이 (선포)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참모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여 전 사령관이 누군가와 반복적으로 통화하는 모습을 봤고, 그 상대방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 전 사령관이 당시 통화에서 “이재명과 한동훈의 이름을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여 전 사령관에게 ‘정당한 정치 활동이 어떻게 포고령 위반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어쨌든 포고령 위반이다”라는 답만 돌아왔다고도 말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는 계엄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전 참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우린 계엄을 몰랐지 않느냐, 알았다면 휴가를 갔겠느냐”며 이런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나중에 잘못이 다 드러날 텐데 수사를 대비해서 이런 걸 작성해야 하나, 싶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이재학 당시 방첩사 방첩수사단 안보수사실장(대령)은 지난해 12월3일 낮 1시쯤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고, 통신축선상 대기를 철저히 하라”는 공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대령은 이런 공지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북한의 오물풍선 등 도발 상황으로 인해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은 내란 특검팀 요청에 따라 처음으로 중계됐다. 재판에 앞서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온 박억수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13번 연속으로 재판에 불출했다고 지적하면서 “구인장 발부 등 단호한 조치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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