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이틀간 인터넷 돌연 ‘블랙아웃’···탈레반 ‘실세’ 명령했나

4300만여 명 인구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돌연 인터넷이 끊겼다가 이틀 만에 복구됐다. 탈레반 강경파 세력이 고의로 인터넷을 끊었을 가능성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8월 말부터 일부 북부 지역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고, 지난달 29일 오후 5시쯤에는 수도 카불을 비롯한 전역에서 인터넷이 끊겼다.
인터넷 접속이 막히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항공편이 마비되고 금융 거래가 중단됐다. 구호품 전달과 병원 응급 서비스 이용도 제한됐다.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하면서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된 여학생들의 온라인 수업도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고의로 인터넷을 차단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집권했을 당시 ‘부도덕한 정보’ 유입을 차단하겠다며 텔레비전 방송과 인터넷 사용을 금지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직후 반 탈레반 목소리를 막으려는 의도로 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 접속을 금지하기도 했다.
앞서 탈레반이 임명한 셰이크 사힙 발흐주 대변인은 지난달 16일 엑스에 “사령관 명령에 따라 발흐 지역의 광섬유 케이블 (연결이) 전면 금지돼 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불가하다”며 “이 조치는 사악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악한 행위’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 주재 경험이 있는 전·현직 외교관 3명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의 ‘실세’이자 이슬람 율법학자 셰이크 하이바툴라 아쿤자다의 명령으로 탈레반이 인터넷을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인터넷 금지령 시행 의혹을 부인했다. 탈레반은 이날 성명에서 “오래된 광섬유 케이블로 인해 (인터넷 끊김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인터넷 연결망의 약 90%를 광섬유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산악 지대가 많아 위성 인터넷 설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탈레반 내부 권력 다툼과 이 사건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쿤자다를 비롯한 탈레반 강경파와 카불에서 일하고 있는 실용주의 관리들 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강경파가 이 조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실용주의 관리들은 자국이 국제사회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에서 아프가니스탄 특사를 지낸 잘마이 칼릴자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프가니스탄 장관들조차 어리둥절해 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재계 지도자와 외국 관리들도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108162056025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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