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별세…한국과도 깊은 인연, 수차례 방한

박양수 2025. 10. 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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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처음 온 이후 여러차례 방한
‘생명사랑’ 메시지 내며 ‘실천’ 강조
“희망은 바라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
제인 구달 박사 [EPA=연합뉴스]


1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는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구달 박사는 한국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곰 사육 종식’이나 ‘개 식용 종식’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유엔 평화대사이기도 한 구달 박사는 재작년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침팬지 소리’로 한반도에 평화가 회복되길 기원하기도 했다.

구달 박사는 1996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여러 차례 방한했다. 지난 2014년 11월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을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그의 ‘생명사랑’ 정신을 기리는 ‘제인 구달 길’이 생태원에 조성됐다. 2023년에는 이화여대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20년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보낸 한국 곰 사육을 종식 염원하는 메시지에서 “곰은 지각이 있는 존재로 각자 개성이 있고 두려움과 고통을 안다”면서 “아름다운 곰들을 웅담용으로 사육하는 끔찍하고 잔혹한 관행을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바란 대로 한국은 2026년 곰 사육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현재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사육되고 있는 곰들을 시설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구달 박사는 2023년 방한 당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다”면서도 “개와 동물을 학대하는 식용문화를 종식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권고했다.

그는 개 식용과 관련해 한국언론과 인터뷰에서 “저는 개고기뿐 아니라 육식 자체를 반대한다”면서도 아시아권의 개 식용을 비판하는 사람에겐 “육식을 하는 이상 대상이 무엇인지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어리석다”라고 지적하는 등 일방적인 비난은 피하고자 했다.

구달 박사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함께 설립한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호텔 대신 이화여대 기숙사를 고집했고, 강연장 등에 조명이 불필요하게 많이 켜져 있으면 끄도록 하는 등 생태적 삶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했다고 한다.

구달 박사는 2023년 최재천 교수와 담화에서 “이 혼란한 세상에서 희망을 가질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희망은 무엇인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를 완화하거나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을 기회는 존재하지만,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누군가 내게 찾아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고 우울하다고 말하면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당신이 사는 지역을 바꿀 순 있다’고 답해준다”면서 행동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연구소 설립자인 구달 박사가 미국 강연 투어로 캘리포니아에 머물던 중 이날 자연적 요인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본머스에서 성장한 구달은 어려운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런던에서 비서로 일했다. 그러다가 한 친구의 초대로 1957년 케냐를 방문하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그곳에서 만난 저명한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가 구달을 영장류 연구로 이끈 것이다.

탄자니아 서쪽의 곰베 지역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 구달은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도구 제조와 사용을 야생 침팬지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1964년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고, 동물행동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방송을 통해 세계적 명성과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구달은 침팬지 서식지가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침팬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1977년 곰베 연구 지원과 아프리카 환경보호를 위해 본인의 이름을 딴 비영리 연구소를 설립했다. 아메리카 한 원주민 부족은 구달에게 ‘어머니 대지의 자매’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줬다.

그는 연평균 300일을 세계 각국을 여행, 현지 당국·지역사회와 만나며 자연 보전을 위한 인간의 변화를 호소했다. 이 같은 세계여행은 90대가 되도록 계속됐다.

1991년에는 어린이를 환경운동가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을 출범시켰다. 탄자니아 어린이 10여명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100여개국 10만명을 대상으로 한다.

베스트셀러가 된 ‘희망의 이유: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과 여러 아동 서적 등 30여 편을 냈다.

달은 1964년 네덜란드 사진작가 휘호 판 라빅과 결혼해 아들을 1명 뒀지만 1974년 이혼했다. 1975년 결혼한 탄자니아 국립공원 관리자 데릭 브라이스슨과는 1980년 사별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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