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생일 케이크 사나" 돌변하더니…인기폭발한 이것 [트렌드+]

안혜원 2025. 10. 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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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줄이되 모양은 그대로…
빵집에선 미니 케이크가 인기
11cm짜리 과일 케이크 출시한 프랑제리
한해 매출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려
프랑제리의 쑥대밭 케이크 시리즈.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서울 강서구에서 거주하는 정모 씨(30대)는 요즘 들어 가족들 생일이나 기념일에도 홀케이크를 잘 사지 않는다. 3인 가구지만 아직 아이는 어리고 부부는 맞벌이를 해 홀케이크를 사도 다 먹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4만~5만원대에 달하는 큰 케이크를 절반 이상 버리는 경우가 많아 아깝다는 게 정 씨의 설명이다.

정 씨 사례와 같이 좀처럼 '패밀리 사이즈' 제품을 찾지 않는다는 것은 요즘 식품업계의 최대 고민이다. 가족 수가 줄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도 적어지다 보니 많은 양의 음식을 보관해두고 먹는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기존보다 양은 줄이되 메뉴 특성은 그대로 살린 식품을 내세워 출시하는 사례가 느는 이유다. 각 제품당 마진은 줄어도 수요를 늘리려는 조치다.

양이 적은 메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4 외식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과소비를 줄이고 1~2인 맞춤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 비율은 5년 새 20%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IQ가 ‘푸드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밝힌 국내 소비자 68%가 음식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적정량과 합리적 가격’이다. 배달 시장에서도 비슷해 지난 4월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한 그릇’ 카테고리 서비스는 출시 약 두 달 만에 이용자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작고 싼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알맞은 크기에서 최고의 만족을 얻으려는 니즈가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게자는 "과거엔 '작고 싼 것'에 방점을 찍어 무조건 양이 적은 '소용량' 제품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수요를 끌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요즘은 '적당한 양과 합리적 가격'을 기준점으로 잡고 제품을 기획하곤 한다"고 언급했다.

프랑제리에서 케이크를 구매하는 고객들.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대표적 제품이 케이크다. 이랜드이츠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프랑제리도 적은 용량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매출을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홀케이크를 용량을 줄인 '쑥대밭 시리즈' 덕분이다. 기존 3만~4만원대 생크림 케이크를 1만9900원대 미니 사이즈로 제작했다. 케이크 시장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로 통하는 일반 1호(15cm)보다 작은(11cm) 크기지만 생과일은 그대로 올라갔다. 품질은 유지되면서 한 번에 먹기에 부담 없는 사이즈, 가격까지 반값 정도로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프랑제리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랜드팜앤푸드의 산지 직송 시스템과 이랜드그룹의 대규모 바잉 파워를 빌렸다. 망고, 딸기, 복숭아, 무화과 등 계절마다 신선한 제철 과일을 적용하면서도 1만9900원으로 가격을 고정할 수 있는 비결이다.

특히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생망고 2개가 올라간 ‘망고 쑥대밭 케이크’는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이른바 '혜자 케이크'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전체 쑥대밭 시리즈의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 이 케이크 시리즈는 작년 한 해에만 6만개 이상 팔려 나갔다.

이번 시즌은 제철 과일인 무화과가 올라간 쑥대밭 케이크가 인기다. 작은 케이크 한 판에 생무화과가 8~10개 정도 올라간다. 메뉴 개발팀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한 결과 1~2인이 먹었을 때 가장 만족하는 개수가 8~10개였기 때문이다.

프랑제리 관계자는 "후숙 기간을 맞추기 어려운 무화과를 신선하게 수급하기 위해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새벽에 갓 딴 신선한 무화과를 바로 제공해 만든 점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고 귀띔했다.

케이크 판매 비중이 높은 카페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투썸플레이스도 비슷한 콘셉트 제품을 내놔 히트를 쳤다. 2023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각 케이크 신메뉴를 공개했다가 적은 용량이라도 홀케이크 같은 모양과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후 주력 메뉴를 '작은 홀케이크'로 수정한 바 있다.

당시 공주들(팔로워)에게 집사가 조각 케이크를 제공하는 콘셉트의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팔로워들이 ‘무엄하다, 공주는 한 판 다 먹을 수 있느(니)라’, ‘홀케이크를 가져오라고 했거늘’ 등의 댓글을 단 게 모티브가 됐다.

(왼쪽부터) 투썸플레이스의 떠먹는 케이크 제품과 2023년 당시 화제가 된 SNS 마케팅 댓글. 사진=투썸플레이스 제공


SNS에서 유명한 ‘밈'(meme·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이 되기도 한 당시 사건 이후 투썸플레이스는 매 시즌 미니·쁘띠 사이즈 제품을 내놓고 있다. '과일생'(과일+생크림) 시리즈 메뉴가 대표적으로 기존 출시한 과일 생크림 케이크를 작은 사이즈 버전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큰 홀케이크를 사먹기 부담스러운 1~2인 고객들이 낮은 가격으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빌리엔젤'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떠먹는 케이크'를 출시했다.

디저트 업계 관계자는 "케이크 시장은 특별한 날 먹는 대형 홀케이크 중심 제품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프리미엄 소비로 확장 중"이라며 "신제품 기획 방향이 고품질 소용량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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