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대회’ 한강 떠나나… 웁쓰양컴퍼니, 서울시와 협력 종료키로

박경호 2025. 10.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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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서울시와 공동 개최한 웁쓰양컴퍼니
서울시 ‘유사 행사’ 개최에 협력 종료 결정
웁쓰양 작가 “창작자 권리 보호 제도 필요”

‘멍때리기 대회’ 개최 모습. /웁쓰양컴퍼니 제공

2016년부터 해마다 서울 한강공원에서 개최되며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진 ‘멍때리기 대회’를 기획한 웁쓰양컴퍼니가 서울시와의 협력을 끝낸다.

웁쓰양컴퍼니는 지난 5월 개최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마지막으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와의 행사 관련 협력을 종료한다고 2일 밝혔다. 웁쓰양컴퍼니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와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공동 개최해 왔다.

멍때리기 대회는 시각예술가 웁쓰양이 2014년 서울시청 앞에서 처음 선보인 시민참여형 퍼포먼스이자, 2013년 시작된 ‘도시놀이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후 웁쓰양의 멍때리기 대회는 서울을 비롯해 맬버른, 도쿄, 오사카, 홍콩, 로테르담, 타이페이, 베이징 등에서 개최됐다. 뉴욕타임스나 CNN 등 주요 외신이 관련 보도로 주목하기도 했다.

멍때리기 대회를 창작한 웁쓰양컴퍼니는 왜 서울시와의 공동 개최 협력을 종료했을까. 웁쓰양컴퍼니는 “지난해 미래한강본부는 기존 멍때리기 대회 포맷과 유사한 ‘잠때리기 대회’를 멍때리기 대회 직전에 별도 기획·개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이와 관련해 중복 진행에 대한 중단을 요청했으나, 잠퍼자기 대회라는 명칭으로 유사한 내용의 행사가 그대로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웁쓰양컴퍼니는 “추후 동일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협력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고, 올해 초에는 미래한강본부로부터 유사한 행사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그러나 지난 7월 ‘잠퍼자기 대회’ 관련 홍보물이 다시 게재되면서 사실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멍때리기 대회를 창작한 웁쓰양 작가는 “공공기관과의 장기적 협력 관계 속에서 동일한 포맷의 독립 행사가 반복되는 상황은 창작자 권리 보호와 공공 신뢰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웁쓰양 작가는 문화정책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전례 없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호응 속에서 국가 차원에서는 문화 수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창작자 개인이 자기 작업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K-팝, 현대미술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주류 대형 콘텐츠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비주류나 실험적 작업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콘텐츠는 모두가 즐기지만, 창작과 그것을 지키는 일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다. 창작자 보호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

웁쓰양컴퍼니 측은 “멍때리기 대회는 해외에서는 정식 초청과 저작권 협의를 통해 개최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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