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경쟁제품, 그들만의 리그에 성장은 '발목' ['절제'의 미학, '착한' 규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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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들어가는 책상, 컴퓨터, 정부 부처에 들어가는 사무용 가구… 이런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물품 상당 비중은 중소기업에만 개방돼 있습니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라고 하는데 그 규모가 연간 28조원에 달합니다.
중소기업 살리기의 일환인건데, 눈앞의 이익은 확보되겠지만 장기적인 성장에는 역효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뻗어 나가는 성장 사다리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큰 기업으로의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판로 확대 창구로…20년새 616개 달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이 생산 및 제공하는 제품 가운데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제품을 '경쟁제품'으로 3년마다 지정하는 것입니다.
지난 2007년 제도 도입 당시 210개 품목이었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현재(2025~2027년) 616개 품목으로 증가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들어오면 그만큼 독식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중소 제조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해당 제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창 강릉원주대 교수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도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경쟁을 유도해 중소기업의 혁신을 돕는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제품 판매 자체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에게 최소한의 시장 진출 기회를 부여해 필요한 제도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도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공공기관들의 경쟁제품 구매 규모는 연간 26조원대로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 수혜를 본 건 일부 중소기업에 불과합니다.
한 번 경쟁제품에 지정된 뒤 재지정되는 비율은 90%대로 고착화됐습니다. 특히 재지정 기업들은 경쟁제품 납품 중소기업 가운데 매출 상위 20%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중소기업들이 경쟁제품 시장을 꾸준히 과점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도 경쟁제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중견기업만큼 회사가 성장했음에도 경쟁제품에 참여하려고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견련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경쟁제품 생산, 판매가 어려워지고 공공조달 판로도 좁아진다"면서 "자사 주력 제품을 변경해야 하는 셈인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견련에 따르면 지난 2007~2015년 경쟁제품 참여기업 2만개 가운데 대·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79개에 불과했습니다.
중견련 관계자는 "과거 3D 프린팅이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는데, 당시 해외 진출을 추진하던 중견기업들 입장에선 조달시장이 경험(트랙 레코드)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쟁제품 지정으로 인해 그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연구개발(R&D)과 품질 개선 투자를 하려고 하다가도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소기업 졸업제' 검토해야
비단 경쟁제품 제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각종 제도적 혜택 배제를 우려해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미루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경쟁제품 재지정 방식에 대한 검토에 더해, 중소기업 '졸업제'에 대한 검토가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공공조달 의존도가 높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 등은 점진적으로 중소기업을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쟁제품 제도 등 중소기업을 벗어나고자 하는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유예제도가 있긴 하지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넘어가는 과정에서 좀 더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공공조달 시장에서 이제 막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의 기회도 넓힐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중견기업에 일정 비율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개선안의 하나로 꼽힙니다.
중견련은 경쟁제품 참여를 위해 올해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언을 올리는 등 꾸준히 목소리를 높인 끝에 매출 2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에 한해 3년 한정 경쟁제품을 적용받게 됐지만 여전히 판로가 턱없이 좁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 간 입장 차이가 있어 최대한 다양하게 소통하고 검토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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