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차 소비쿠폰 못 받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 3명 중 1명은 일해서 번 돈 1000만원 미만
금융소득 빼니 1000만원도 못 번 사람이 10만명
금융시장 성장·소득 능력 고려 안 된 과세 체계
“시대착오적 기준… 불합리 시급히 해소해야”
배당과 이자 등으로 1년에 2000만원 이상 벌어 세금을 따로 내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일해서 번 돈은 5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1가량은 1년간 일해서 번 돈이 1000만원이 채 안 됐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고소득자로 여겨져 여러 혜택에서 제외된다.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중 상당수가 배당·이자 외엔 월급과 사업소득 같은 현금 흐름이 없다는 게 확인되면서 과세 체계 역시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배당과 이자 등으로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했다고 신고한 자는 33만3560명이다. 2024년 기준 신고 통계는 올해 말에 집계될 예정이라, 2023년이 가장 최신의 통계다.
이들 3명 중 1명은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해서 번 소득이 1년에 1000만원도 채 안 됐다. 금융소득을 제외한 근로소득·사업소득 등 여타소득 금액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1000만원 미만은 10만1236명이었다. 금융소득을 제외하고도 1억원 이상을 버는 이(9만8460명)보다도 많았다. 5000만원 미만만 따져도 전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절반 이상인 18만1543명이다.
배당·이자 외에 다른 소득이 많지 않은 이가 상당수인 건 은퇴자 등이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배당 투자를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3년 전 매월 분배금(배당금)을 지급하는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관련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배당 ETF 시장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2.5배 이상(9032억→2조3625억원)으로 성장했다.
배당을 통해 1년에 2000만원을 벌었다면 세금을 제외하고 매월 손에 떨어지는 돈은 150만원 남짓이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과 관계없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고정된 탓에 고소득자로 보기 힘든 이들이 여러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 지난달 국민 90%가 1인당 10만원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았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는 예외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복지성 정책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 혜택에서도 이들은 제외된다. 주식 등에 투자해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배당·이자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비과세 종합저축 등의 가입이 제한된다. 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상실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가 늘어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은 4000만원이었다. 2013년 기준이 2000만원으로 대폭 하향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간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금은 2.5배로 증가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13년 코스피 상장 기업의 현금 배당 총액은 12조3691억원으나, 지난해 말 기준 이 수치는 3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배당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근로소득·사업소득이 많지 않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2013년 481만명에서 지난해 1423만명으로 늘었다.
또 2~3년 새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팔아 배당 재원을 확보하는 커버드콜 월배당 상품이 출시되면서 분배금 자체가 늘기도 했다. 최근엔 연 환산 분배율이 20%에 육박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최은석 의원은 “시대착오적 기준으로 은퇴자와 중산층까지 고소득자로 분류돼 혜택에서 제외되는 불합리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면서 “금융시장 환경과 실질 소득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체계를 조정해야 형평성을 확보하고 자본시장도 활성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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