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압수물 ‘두 번 도둑맞은’ 경찰

권혁범 기자 2025. 10. 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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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경찰이 두 번 압수하고, 두 번 도난당한 오토바이. 경남경찰청 제공


운동이든 공부든 뭐든,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입니다. 기본기 없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거나, 전교 1등을 한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언 발에 오줌 눠도 ‘기본기 없는 실력’은 결국 뽀록나기 마련. 기본을 망각하면 ‘재앙’을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른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도 공직자가 기본을 지키지 않아 벌어졌습니다.

많은 눈이 지켜보고, 여기저기의 관심이 쏠릴 땐 더욱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틈을 보이거나, 책잡힐 일을 만들어선 안 되겠죠.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뭔가 큰 변화를 겪거나,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경찰도 마찬가지. 검찰청 해체,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만의 문제는 아니죠. 경찰이 또 다른 권력 기관이 되고, 이를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검찰청 폐지에 반대하는 쪽 여론은 경찰이 강화되는 수사권만큼의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경찰에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느냐” “경찰을 믿을 수 있느냐”는 주장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찰은 더 조심해야겠죠. 무엇보다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경찰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비해 올해 하반기 조직 개편으로 부산경찰청 44명 등 전국 시도경찰청에 수사 인력을 433명 늘리고, 수사 조직의 덩치를 키웠다고 하는데요. 앞서 언급했지만, 몸집 불리기보다 훨씬 중요한 건 기본기입니다. 국민 앞에 실력을 증명하는 거죠.

그런데, 외려 경찰의 기본 역량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 민감한 시기에 말이죠. 같은 오토바이를 경찰서와 파출소가 각각 압수했는데, 두 번 다 도둑맞은 사실이 1일 알려졌습니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절도)로 10대 고교생 A 군을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지난 8월 30일 밤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군은 다음 날 새벽 오토바이를 몰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시끄럽다”는 112 신고를 받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오토바이를 압수해 창원서부경찰서 압수물 보관창고 앞에 잠금장치 없이 세워뒀죠.

청소년 등이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 도로를 달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오토바이 주차 위치를 기억했던 A 군은 지난달 3일 새벽 경찰서 주차장 분리 펜스를 넘었습니다. 잠기지 않은 오토바이를 다시 훔쳤죠. A 군은 오토바이를 훔친 다음 날 경찰서에서 조사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경찰은 감쪽같이 몰랐고, 조사 후 A 군을 돌려보냈죠.

A 군이 경찰서에서 훔친 오토바이는 열흘 뒤 창원 한 도로에서 발견됩니다. 당시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로 북면파출소 경찰이 출동했는데요. 현장에 오토바이만 있고, A 군은 없었습니다. 북면파출소 측은 오토바이를 압수했지만, 주인이 확인되지 않아 파출소 마당에 보관했습니다. 끝이 아니었죠. 사흘 뒤인 지난달 16일 밤. 이 오토바이는 파출소에서 또다시 도난당합니다. 경찰이 두 번이나 털린 셈이죠. 누가 타고 달아났는지는 CCTV 화면이 흐려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A 군일 것으로 추정할 뿐.

다시, 그로부터 이틀 후. A 군이 ‘문제의 오토바이’를 타고 또 시내에 등장합니다. 경찰 역시 또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했죠. A 군은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졌고, 뇌출혈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 오토바이를 도둑맞은 창원서부경찰서 측은 2주가 지나도록 눈치도 채지 못했습니다. A 군이 최종적으로 붙잡혀 병원 신세를 지기 하루 전, 이와 별개로 최초 사건을 송치하려고 오토바이를 찾다가 뒤늦게 도난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도둑맞은 지 14일 만에 CCTV 화면으로 A 군이 오토바이를 훔치는 모습을 본 겁니다. 그러고는 병원으로 가서 A 군을 입건했습니다.

“어이없다”는 말, 이럴 때 쓰는 거겠죠. “농락당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압수물에 잠금장치를 채우고 열쇠를 관리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경찰 지침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창원서부경찰서엔 잠금장치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는 비좁다는 이유로 압수물 창고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기본’이 완전히 무시된 거죠.

기본을 망각하면, 기본기를 갖추지 않으면, 국민은 경찰을 불안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느라 경찰에 권한을 몰아주는 게 타당한지에 관해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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