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서 국내산 둔갑한 수입 닭고기…소비자들 ‘속수무책’
프랜차이즈 본사 법적 처벌 못해
“유통과정 관리 강화·제도 보완을”

수입산 냉동 닭고기가 국내산으로 둔갑해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는데도 법적 근거가 미비해 프랜차이즈 치킨점 본사는 처벌할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과 제보자 A씨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자신이 근무하던 시흥 정왕동 소재 축산물가공업체인 B사를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직접 제보했다.
A씨는 “제가 브라질·태국산 박스로 포장된 냉동 닭고기를 서울의 한 냉동창고에서 공장으로 운반해 오면 가공 과정에서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은 같은 해 11월 현장 조사를 통해 B사를 닭고기 원산지 거짓 표시 혐의로 적발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법상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 축산물 보관 온도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수입 닭고기를 중간 가공업체가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점에 납품했는데도 프랜차이즈 치킨점 본사에는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단속에서도 태국·브라질산 냉동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인 중간 가공업체는 검찰에 고발됐지만 이를 납품받아 판매한 프랜차이즈 치킨점 본사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는 국내산으로 믿고 음식을 먹었지만 법은 생산·가공 단계의 일부만 겨냥해 최종 판매 단계는 비켜간 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국내산 둔갑 행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중간 단계에 그치는 단속을 넘어 유통 전 과정에 대한 관리와 강력한 처벌 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A씨는 “매장에 사실을 알리려고 전화했다는 이유로 프랜차이즈 치킨점 본사로부터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까지 됐다”며 “너무 억울해 무고죄로 맞고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원산지표시제도의 취지는 소비자 알 권리 보호인데 현행 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최종 판매자까지 관리·처벌할 수 있도록 법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현행 원산지표시법으로는 가공업체만 처벌이 가능하다”며 “프랜차이즈 치킨점 본사나 매장까지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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