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개업으로 병원내 조제 중단…위험한 길 걷는 농촌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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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과 약국의 기능을 분리토록 한 의약 분업 제도가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는 오히려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병원과 약국 사이에 '안전한 이동로'라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홍정희 옥천성모병원 행정원장은 "원외 처방 시행 이후 일주일 만에 외래환자가 30% 이상 줄었다"며 "안전한 통로 확보 없이 약국 개설을 허가한 것은 행정의 허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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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예외 지정서 해제
비탈길·도로횡단 등 이동 불편
“초고령지역선 연결통로 허가를”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과 약국의 기능을 분리토록 한 의약 분업 제도가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는 오히려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최근 충북 옥천에서 벌어진 원외 처방 전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옥천성모병원 앞에서 만난 김영복씨(87)는 불만을 터뜨렸다. 약국까지 불과 100m 남짓한 거리지만 가파른 비탈길과 차량이 쌩쌩 달리는 도로, 엘리베이터를 거쳐야 닿을 수 있는 구조 탓에 ‘약 타기’가 위험천만한 여정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10분 넘게 지팡이를 짚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하며 약국을 갔다 왔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약 한번 타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키웠다.
옥천성모병원은 그동안 인근에 약국이 없어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돼 병원 내에서 진료와 조제가 모두 이뤄졌다. 하지만 올 6월 인근에 약국이 신설되면서 예외 지정이 해제됐다. 현행 규정상 의료기관과 약국이 1㎞ 이상 떨어져 있어야 원내 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9월15일부터 원내 조제를 중단하고 원외 처방으로 전환했는데, 그 과정에서 고령 환자들의 이동권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병원과 약국 간 거리는 멀지 않지만 그 사이에 30도가 넘는 경사로와 함께 차량이 고속으로 운행하는 간선도로가 있어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옥천군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체 인구(4만8204명) 중 1만7216명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율이 35.7%에 달한다. 전국 평균을 훌쩍 웃도는 초고령지역이다.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61%, 71세 이상은 44%를 차지한다.
유동빈 대안노인회 옥천군지회장은 “노인들이 여름에는 더위에 쓰러질까, 겨울엔 빙판길에 미끄러질까 불안을 호소한다”며 “도시처럼 의료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농촌에서는 작은 변화도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병원과 약국 사이에 ‘안전한 이동로’라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하지만 관계기관은 난색을 표한다. 현행 ‘약사법’은 의료기관과 약국 간 직접 연결통로(복도·승강기·구름다리 등) 설치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결국 주민들은 병원에 가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홍정희 옥천성모병원 행정원장은 “원외 처방 시행 이후 일주일 만에 외래환자가 30% 이상 줄었다”며 “안전한 통로 확보 없이 약국 개설을 허가한 것은 행정의 허점”이라고 꼬집었다.
유 회장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는 농촌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농촌 현실을 반영해 원내에서 원외 처방으로 변경할 때 환자들의 이동권과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조항을 (규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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