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글로벌 ‘쩐의 전쟁’···‘국장’도 24시간 주식거래 가능해질까

24시간 편의점처럼 ‘국장(국내주식)’에서도 24시간 거래하는 날도 올까.
최근 자본시장에선 넘쳐나는 ‘돈’을 각국의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글로벌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을 필두로 주식시장 시간을 24시간 연장하면서 한국거래소 역시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장(미국주식), 코인, 토큰증권 등 ‘외부의 적’은 물론 대체거래소라는 ‘내부의 적’과도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금융시장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나스닥은 내년을 목표로 주식시장을 ‘주 5일 24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 동부시간으로 일요일 오후 8시에 증시를 개장해 금요일 오후 8시에 장을 마감한다.
한국시간(서머타임 기준)으론 국내 증시가 열리는 월요일 오전 9시부터 토요일 오전 9시까지 미국 증시를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역시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앞다퉈 거래시간을 늘리려는 배경엔 개인 투자자를 유입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나스닥에 따르면 올해 미국 주식거래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10년 전보다 10.5%포인트 늘었다.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고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개인 투자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이 중 핵심 고객은 국내 ‘서학개미’ 등 시차가 정반대인 아시아 개인 투자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유액(보관금액)은 약 1548억달러(약 217조원)으로, 2020년말(373억달러)보다 4배 넘게 늘었다. 그동안 국내 증시거래 시간에 맞춰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선 미국 대체거래소(ATS)가 제공하는 데이마켓을 이용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24시간 열리게 되면 국내 증시에 투자하듯 손쉽게 미국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셈이다.
이미 24시간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토큰화’도 나스닥이 거래시간 연장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기존 주식·채권 등을 블록체인망에 올리는 ‘토큰증권’이 본격화되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시간과 공간에 상관 없이 주식·채권을 거래할 수 있다. 정형화된 주식시장으로는 투자자의 니즈(욕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개릭 스타브로비치 나스닥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에서 “나스닥은 단순히 24시간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상관 없이 어디에서든 동등하게 시장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다. 그동안 금융시장의 돈은 미국의 장이 끝나면 시차에 따라 아시아로 넘어왔지만 미국 증시가 24시간 열려 있다면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영국, 홍콩 등 증권거래소가 24시간 거래 연장안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미국과 벌일 ‘쩐의 전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유동성 확보와 외국인 유입 효과 등을 고려해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ATS인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도 거래시간 연장 요인 중 하나다.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의 일일 거래대금이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거래시간을 연장해 외부는 물론 국내에서도 ‘쩐의 전쟁’을 펼치는 것이다.
다만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변수다. 야간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만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가격이 왜곡되고 불공정 거래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면서 시장이 부실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보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한국 증시엔 유동성 유입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의 장점이 해가 떠있을 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밤까지 거래한다고 해서 국내 주식 유입이 늘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거래시간 연장으로 유동성이 분산될 경우 시장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12시간 거래(오전 8시~오후 8시) 체계를 도입하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 지난달 29일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에서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12시간 체계로 운영하고 시장 효율성 등을 고려해 24시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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