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선수로만 이룬 성과
한국 축구 가능성 증명
“경기력·체력 집중 강화에
이보다 좋은 환경 없어
말년휴가도 안가려고 해”
“축구만 집중할 수 있는 게 기량 향상의 비결이다.”
프로축구 김천 상무는 현재 K리그1에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15승 7무 9패로 승점 52. 전북 현대(승점 67·20승 7무 4패) 바로 다음 순위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오직 토종 선수만으로 만든 엄청난 성과다. 한국 선수들이 축구에 집중한다면 개인 기량과 팀 성적 모두 지금보다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다. 정정용 김천 감독(사진)은 1일 인터뷰에서 “결국 핵심은 선수 개인 기량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군 입대를 하면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축구 실력 끌어올리는 데만 집중한다”며 “경기력 향상이 유일한 목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가 없으니 기회도 많고, 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천은 현재 선수 40명이 소속돼 있다. 규정상 인원은 34명이지만 불규칙적인 전역과 충원이 반복되면서 인원은 다소 유동적이다.
김천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물리적 훈련 환경이다.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은 규칙적으로 하루 한 차례 단체 훈련, 개인 훈련을 한다. 정 감독은 “외부 프로 선수들은 경기 외 활동에 신경 쓸 일이 많지만, 국군체육부대에서는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 감독은 “훈련장, 웨이트 트레이닝장, 재활시설 등 진천 선수촌 다음으로 시설이 좋다”며 “대부분 시간을 개인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정신 자세도 ‘심플’해졌다. 어차피 1년 6개월 동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 훈련과 경기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음만 먹으면 입대 전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력과 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정 감독은 “말년 휴가조차 스스로 포기하고 마지막까지 뛰려는 분위기”라며 “한 경기라도 더 뛰고 몸값을 올리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울산 HD 소속 국가대표 공격수 이동경도 오는 28일 전역이지만 뛸 수 있는 때까지 상무 소속으로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정 감독은 “전역을 해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도 계속 경기를 뛰어야 한다”며 “전역에 앞서 휴가를 가는 것보다 상무에서 뛸 수 있는 만큼 뛰는 게 본인과 팀을 위해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진규상 체육부대장, 김재호 2경기대장 등 부대 차원에서 축구단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 부대의 적극적인 지원이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천은 일단 프로리그에서 주전으로 충분한 시간을 뛰어야 입대를 노릴 수 있다. 정 감독은 “입대 전부터 프로리그에서 충분한 자격을 입증한 선수들만이 올 수 있다”며 “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대거 입대하면서 팀 성적도 좋고 개인적으로 노력하려는 분위기도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공격수들에게 상무는 ‘기회의 땅’이다. 오현규(벨기에 헹크), 조규성(덴마크 미트윌란)처럼 상무 출신으로 현재 유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공격수들이 있다. 정 감독은 “다른 팀은 외국인 공격수들이 주전으로 뛰지만, 상무에서는 한국 공격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다”며 “우리 선수들은 재능이 충분하다. 상무에 들어와 어떻게 생각하고 노력하느냐가 향후 선수로서 성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군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기본 의무를 다하고 선수로서 개인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며 “팀 성적에 대한 큰 압박감없이 사명감, 전우애, 프로의식으로 무장된 게 상무가 선전하는 비결”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