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3번째 명인 등극한 신진서... "역대 5명만 이룬 명인전 연속 우승, 내년에 꼭 일궈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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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타이틀이 붙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명인 칭호를 꼭 다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제48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우승자 신진서 9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본보와 만나 명인 타이틀 재탈환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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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조 안 가니 편하긴 하더라" 웃음
이지현 9단과 승자조 4강전 "운이 좋았다"
누적 상금 100억 원 돌파 초읽기엔
"세계 1위 치곤 큰 상금 아냐... 파이 더 키워야"

"바둑에 타이틀이 붙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명인 칭호를 꼭 다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제48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우승자 신진서 9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본보와 만나 명인 타이틀 재탈환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존재했던 타이틀 기전(국수전, 왕위전, 패왕전, 기성전, 최고위전, 국기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과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명인전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표현한 말이었다.
신 9단은 이어 "(그래서인지) 기사들이 명인전만 되면 유독 강해지는 것 같다"며 웃은 뒤 "(상대가 아무리 강하게 나와도) 역대 5명(서봉수·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영훈 9단)만 일군 명인전 연속 우승을 내년에는 꼭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두 차례의 우승(제44·46기)과 비교해도 이번 정상 등극은 유독 특별하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승자조 패배 시 패자부활전)으로 치러지는 명인전에서 그가 패자조에 내려가지 않고 전승 우승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9단은 "패자조에 가면 일단 대국수 자체가 많아져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야 한다"며 "(승자조에서) 4판만 이기고 결승 3국에 가니 확실히 편하긴 하더라"고 미소 지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지현 9단과 치른 승자조 4강전은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말할 만큼 패색이 짙었던 일전이었다. 대국 중후반 이 9단의 하변 2선 붙임이 판을 흔들었다. 이후 신 9단이 젖혀서 흑 한 점을 따냈는데, 이 수가 판단 미스였다. 예측 그래프에서 이 9단의 승리 가능성이 70%까지 치솟았고, 막판까지 이 9단이 미세하게 우세를 점했다. 그러나 종국 직전 이 9단이 하중앙 보강을 하지 않고 중앙 2점을 잡는 큰 실수를 저지르면서 신 9단이 가까스로 백 불계승을 거뒀다.

신 9단은 당시 대국을 떠올리며 "내 제한시간이 워낙 많이 남아 있어서 낙관했던 것 같다. 실수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바둑이 역전된 상태였다"며 "사실 마지막에 졌어야 했는데, 이 9단이 계속 잘 두다가 실수를 해서 운 좋게 이겼다"고 '행운의 승리'를 인정했다.
큰 위기를 벗어나자 '절대 강자'의 저력이 발휘됐다. 그는 박정환 9단과 치른 결승 3번기에서 깔끔하게 2승을 거뒀다. 특히 2국 좌상귀 대형 정석 형태에 등장한 붙임수가 빛났다. 인공지능(AI)으로 공부를 하다 찾아낸 수였다. 역설적이게도 AI를 맹신하지 않는 평소 철학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 9단은 "AI가 당연히 나보다 바둑을 잘 두지만, 100% 더 좋은 수를 찾는 건 아니다"라며 "AI도 못 보는 수가 있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내 생각도 함께 분석해가면서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세계 최정상에 군림하면서도 향상심을 잃지 않는 신 9단의 성격 덕분에 그는 총 누적상금 100억 원 돌파(현재 96억4,665만3,962원)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 1위가 받은 상금 치고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파이가 커져야 중위권 기사들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계가 오랜 전통과 마니아 층에 기대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며 "산업의 파이는 결국 인기와 비례한다. 프로기사를 비롯한 바둑 종사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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