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잡자” 유엔 국제군 5배로 늘린다지만… 답 안 나오는 아이티

서보범 기자 2025. 10. 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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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폭력 확산에 국가 존립 위기
지난달 25일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의 공격을 받고 초토화된 한 거리를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보리는 아이티에 파견된 국제군 규모를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도 대부분의 통제권을 갱단에 빼앗긴 아이티 정부는 국제 사회에 갱단 소탕을 위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엔이 갱단의 발호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파견한 국제군(軍)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갱단을 압도하지 못하는 정부가 수도 통제력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극심한 폭력에 노출돼 있어 사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이티에 파견된 다국적 보안 지원군의 병력 상한을 종전 2500명에서 5500명으로 늘리는 결의안을 찬성 12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현재 다국적 지원군 규모는 1000명으로, 현재의 5배로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결의안에는 향후 1년간 국제군 명칭을 ‘갱단 진압군(Gang Suppression Force·GSF)’으로 전환하고, 갱단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과 파나마가 공동으로 발의했다. 마이클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갱단 폭력이 극적으로 확대되면서 아이티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중국과 러시아는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시리아,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등지의 분쟁 관련 사안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도 결의안에 강하게 반대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아이티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공감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러시아는 미국이 아이티 갱단으로 밀반입되는 무기를 차단하지 못했고, 종전 파견됐던 국제군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국제군의 운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도 “아이티의 심각한 안보 상황과 국제사회의 호소를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중국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선의”라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지휘부로 직접 참여하는 새 국제군은 별도 현장 사무소를 설치하고 아이티 치안 당국을 지원해 기반 시설 보호, 갱단의 자금·무기 유통망 차단 등 임무를 맡게 된다. 기존 국제군은 갱단을 소탕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인력을 파견하고 운영 자금도 자율 분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케냐가 파병을 결정하면서 지휘를 맡았으나 갱단의 빠른 확장세를 막지 못했다. 국제군이 각국의 자발적 파병과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한 병력 부족과 장비 노후 등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한 차량들이 대부분 중고였으며 고장이 잦았다고 최근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아이티 국민 대부분은 갱단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달에는 무장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북부의 어촌 라보드리를 공격해 40여 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에는 갱단들이 포르토프랭스의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800여 명 대부분을 탈옥시켰다. 지난 12월엔 한 갱단이 자신들의 허락 없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이유로 종합병원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5명이 숨졌다.

지난 7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024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으로 4864명이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2월에는 유니세프가 최근 1년간 아이티에서 아동 성폭력 피해 사례가 10배 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1월에는 갱단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피란 생활을 하는 아이티 주민이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유엔 국제이주기구 발표도 나왔다.

인구 1200만명의 최빈국 아이티의 치안은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2021년 7월 암살당하면서 크게 악화됐다. 자신의 임기 문제 등을 두고 야권과 격렬히 대립했던 모이즈가 사저에 침입한 괴한에게 암살당하자, 반군과 무장 갱단에 고용된 용병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후 아이티에서는 다양한 세력이 권력 다툼을 벌이며 국가적 혼란이 계속됐다. 갱단 두목이 공개 석상에서 총리를 몰아내고 총리 행세를 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갱단이 법원, 경찰서 등을 장악하고 암살, 납치, 방화, 강간 등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

모이즈가 사망하고 한 달 뒤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하자 갱단들은 치안 공백을 틈타 수도를 비롯한 주요 기반 시설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 현재 갱단은 포르토프랭스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유니세프는 이런 갱단 조직원 절반이 아동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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