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바다에 미래 있어… 세상 바꿀 AI인재 나오길”
“낡은 중고 어선 한 척으로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을 누빈 끝에 최고의 수산 기업을 일궜습니다. 여러분도 모르는 분야, 남들이 가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는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기부 약정식이 열렸다. 김 명예회장은 첨단 AI 인재 양성을 해달라며 서울대에 사재 250억원을 동원육영재단을 통해 내놨다. 앞으로 10년간 계획에 따라 나눠 기부하는 방식이다. 김 명예회장은 “나는 젊은 시절엔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았지만 다가올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양성해 달라”고 했다. 이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위기를 감수하는 태도로 꿈을 꾸면 젊은이들의 길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여러분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해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인재가 되어 달라”고 했다.
‘참치왕’ 김 명예회장은 빈손으로 지금의 회사를 일궈냈다. “바다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로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58년 실습 항해사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을 탔다. 3년 만에 국내 최연소 선장이 됐다. 그가 항해한 거리가 지구 200바퀴다. 1969년 자본금 1000만원, 직원 3명, 배 두 척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대의 동원그룹이 됐다.
1982년 한국 최초로 참치 통조림을 만들었고 현재는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2019년 50년간 이끌어온 회사에서 물러난 뒤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항해사 시절에도 고향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했고, 1979년 장학 재단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장학 사업을 이어왔다.
김 명예회장이 ‘AI 인재’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그해 이세돌 바둑 9단을 제압한 구글의 알파고가 전 인류에게 던진 ‘알파고 쇼크’를 보면서 AI 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해외 AI 관련 서적을 직접 번역해 임원들과 공유했다. 2019년 한양대에 ‘한양 AI 솔루션센터’ 설립을 위해 30억원을 기부했다. 2020년부터 카이스트에 총 544억원을 기부했다. 이 돈으로 카이스트는 ‘김재철 AI 대학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르면 내년 1학년 학부생 중 30명을 선발해 ‘김재철 AI 클래스’를 운영한다. 30명 중 70%는 공대에서, 30%는 그 외 단과대학에서 선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AI를 공부한 학생들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나가 첨단 기술을 개발해 세상을 바꾸길 바란다”는 뜻을 서울대에 전달했다. 이에 서울대는 학생들이 졸업한 뒤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대학원생이 아닌 학부생 대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김재철 AI 클래스에 선발된 학부생들은 대학원 수준의 공학 과목을 조기 이수해야 한다.
서울대는 ‘창업 학기제’를 도입해 창업 활동에도 학점을 부여한다. 또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등 해외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함께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6개월간 유급으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팀당 1000만원도 지급한다. 교수 1명당 학생 5명이 배정돼 밀착 지도를 받고 교수와 학생이 공동 논문도 작성하게 된다. 서울대는 김 회장 기금 약정이 끝난 후에도 자체 예산을 마련해 AI 클래스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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