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37] 신선이 빚은 고창 병바위

술병인가 사람 얼굴인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묘한 바위가 있다. 선운사 가는 길에 눈길을 사로잡는 ‘고창 병바위’이다. 이름대로 호리병 모양 같기도 하고, 휘돌아 나가는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얼굴처럼도 보여 위치에 따른 변화가 흥미롭다.
그 특별한 생김은 억겁의 세월을 품은 화산암체가 침식·풍화되면서 독특한 지형 경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에서는 ‘금반옥호 선인취와(金盤玉壺 仙人醉臥)’. 금 소반에 옥 술병을 차려놓고 신선이 술에 취해 누워 있는 형국의 명당이라 하는데, 그에 따른 전설이 곳곳에 전해진다.
말 타고 내려온 신선이 술 마시려 안장을 얹어두고 탕건을 벗어 두었다 해 이름 붙은 ‘안장바위’와 ‘탕건바위’, 술 취해 잠든 신선을 깨우려 말이 울었다는 ‘마명바위’와 시끄러워 재갈을 물렸다는 ‘재갈바위’ 등이 있다. 그중 ‘병바위’는 술 취한 신선이 잠결에 술상을 걷어차 술 담은 호리병이 굴러 거꾸로 꽂혔다며 유래된 이름이다.

‘신선의 음주가 빚은 바위’란 전설이 그럴싸한지, ‘호암(壺巖)’이라 칭한 기록과 병 모양으로 위치를 표기한 고지도가 전해지니 옛 명성이 짐작 간다. 병바위 일원은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조선 중기 학자 변성온 형제가 학문을 닦으며 선비들과 교류한 곳이다.
전좌바위 중턱에 자리해 경이로운 두암초당(斗巖草堂)은 훗날 두 형제를 기리며 세워진 곳으로, 고창 출신 김소희(1917~1995) 명창의 득음처로 알려졌다. 웅숭깊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며 전좌바위 아래 숲길을 따라가면 소반바위와 병바위로 이어진다.
‘명승 고창 병바위 일원’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가을로 접어든 고창 병바위는 소나무와 어우러져 다채로운 모습을 자아낸다. 선운사 꽃무릇이 한창이니 신선의 호리병인 병바위를 타고 오른 백화등과 담쟁이덩굴이 울긋불긋 치장하기 시작했다. 가을바람 타고 신선이 기웃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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