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간떨어지게 만드는 밤길 어르신…농어촌 야간 사망자 확 늘었다
고령층 보행자 사망 급증
칠흑같은 군단위 밤길
농어촌 치사율 전국의 3배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 출처=대전지방경찰청]](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1/mk/20251001224504148vnzu.png)
농어촌 지역의 야간 보행자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920명 중 471명(51.2%)이 야간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 수는 주간이 야간보다 1.5배 많지만, 사망 사례는 야간에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야간 교통사고 치사율은 도시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단위 지역의 경우, 야간 교통사고로 인해 보행자가 사망에 이르는 치사율이 8%에 달했다. 반면 시는 3.3%, 구는 2.2%에 그쳤다.
통상 ‘군’으로 분류되는 농어촌 지역은 가로등 등 안전시설이 도시 지역에 비해 미흡하다. 운전자가 전조등에만 의존해야 하다 보니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해 고령 인구가 많다는 점도 농어촌 교통사고 발생율을 높인다. 고령자는 운동 능력, 인지 능력, 시각 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운전자·보행자 모두 청장년층에 비해 특히 야간 교통사고에 취약하다.

경찰청이 지난 20년간 집계한 ‘65세 이상 보행자 월별 사망 현황’에 따르면, 월평균 노인 사망자는 9월 77.8명에서 10월 93명으로 급증하고, 11월에 97.5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10월과 11월에 노인 보행자 사망 사례가 빈발하는 이유는 9월 하순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을 지나면서부터 밤이 본격적으로 길어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밝았다가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12월부터는 노인 보행자 사망 사례가 줄었고, 낮이 가장 긴 6월에는 52.1명으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야간 보행자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서 도로에 ‘빛’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가로등, 매립식 점등형 표지병, 횡단보도 투광기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밤길을 나설 때 보행자가 빛을 반사하는 반광조끼를 착용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인 보행자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도로 정비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부과한 과태료·범칙금 중 일부를 교통 시설 개선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징수한 과태료·범칙금은 교통 시설 개선 등에 직접 쓰이지 않고 국고로 귀속된다.
한국은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105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로 집계된다. 지방에선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일례로 전남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7.8%를 기록했다. 전남 행정구역 중 5개 시를 제외하고 17개 군만 집계하면 65세 이상 비율이 36%에 이른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한국 고령자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절반 가까이가 보행 중 사망하는 사고를 당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농어촌 지역부터 야간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작정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방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행자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를 추리고,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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