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정치 현수막 '짜증'
정부, 상대 당 비난 내용 주류
정치 발전은 커녕 혐오 부채질
주민 "쓸데없는 데만 신경 써"

추석을 앞두고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도로변과 교차로가 '정치 현수막'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속도 및 국도변까지 현수막이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수막은 각 정당과 국회의원,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예비후보들의 명의가 대부분이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현재, 정당이나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걸어, 거리가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내건 현수막 내용은 주로 추석 인사 글귀가 많지만, 정당이나 국회의원 현수막은 대부분 정부나 상대 당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당의 정책과 정치 현안을 알리라고 허용해 준 현수막인데 정작 내용이나 문구는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이 주를 이룬다. 정치 발전은커녕 오히려 정치 혐오만 부채질하고 있다. 현행 법규에는 정당과 국회의원이 가로변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정당 명칭, 기간 등만 표시하면 단속이 면책된다. 다만,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은 일반 시민이나 소상공인처럼 현수막을 게시하려면 시청의 검인 절차를 밟고 제한된 장소에만 설치해야 한다.
현수막이 지정된 곳이 아닌 도로변 아무 데나 내걸리다 보니 안전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정치 현수막이 시야를 가려 자동차가 아이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창원시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창원 지역 정치인들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사방팔방' 내걸리면서 시민들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현수막에 넣은 메시지는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고 서로 비슷하다. 추석 인사의 범위를 벗어난 문구를 넣을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다.
의례적인 인사 메시지일 뿐인데도 대다수 정치인 입장에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에게 미리 이름을 알릴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모두 눈에 띄기 좋은, 소위 목 좋은 곳을 노리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의창구청 인근에는 한 장소에 15개의 현수막이 다닥다닥 내걸린 모습도 보였다. 역시 오가는 사람이 많은 창원시청 인근 사거리에도 현수막 11개가 일제히 설치됐다.
의창구 소답동 주민 김 모(73) 씨는 "현수막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별로다"며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서로 안 싸우고 잘 지내고 나라를 살려야 하는데, 쓸데없는 데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창원시는 도심 미관 저해 등 민원이 잇따르는 점을 고려해 명절 전후 옥외광고협회와 함께 현수막을 관리할 예정이다.
도내 지자체 관계자는 "쾌적한 도시 미관과 보행자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 정당에 현수막 게시 자제와 관리를 당부했다"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철거 요청을 하지 않고 직접 즉시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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