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눈물 날 것 같네"…'화마 상처'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이상엽 기자 2025. 10. 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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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년 전 화마가 삶의 터전을 앗아갔지만, 열평 남짓 컨테이너에서도 경북 석리마을 사람들이 버틸 수 있던 이유가 있습니다. 공동체의 헌신과 이웃의 정이 그래도 아직 살 만한 세상임을 보여준다 말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붕은 무너졌고 잔해는 뒤엉켰습니다.

한평생 살아온 집이 사라지는 건 빨랐습니다.

지난 3월 경북 청송에서 시작된 불이 이곳 영덕의 작은 마을까지 번졌습니다.

온통 무채색으로 바뀌었던 그 마을, 다시 가봤습니다.

딱 6개월 전 제가 취재했던 집에 다시 와봤습니다.

지금은 집터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풀이 많이 자라서 이웃집으로 가는 길도 다 없어졌어요.

그래도 이 집에 사는 분들이 이렇게 텃밭을 가꾸고 쪽파랑 고추도 심었습니다.

부부는 아무것도 안 남은 집터에 텃밭을 가꿨습니다.

이웃과 나누려고 매일 흙을 고릅니다.

[천정옥/석리마을 주민 : 쪽파는 오늘 심어서 흙 골라놨고. 내일 상추 심으려고…]

현실은 막막하지만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천정옥/석리마을 주민 : 자그마하게 그래도 우리 살 수 있게 다 해줘서 진짜 너무 고마웠어요.]

지금 이 마을 사람들은 작은 컨테이너에서 지냅니다.

마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임시 숙소가 들어섰습니다.

대부분 70대에서 80대 어르신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 사는 분들은 불이 났을 때 맨몸으로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나오셨다고 합니다.

[이명순/석리마을 주민 : {계세요? 어머니 저 기억하세요?} 기억나요. 들어오세요.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는 또 다른 부부, 같이 먹는 밥상조차 소중하다고 했습니다.

[이명순/석리마을 주민 : {무슨 생선이에요?} 우리 배우자는 청어를 좋아하시고 나는 고등어를 좋아하고.]

[이상철/석리마을 주민 : 용기 내서 살았으면… 같이 식사하면 좋은데. {그러게. 밥 있는데…}]

같은 시각, 마을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미상/석리마을 이장 : 주민 여러분께서는 공동체 밥상으로…]

어르신들이 집밖을 나섭니다.

감자밥과 박국, 귀한 반찬이 밥상에 오릅니다.

[박정례/석리마을 주민 : 기름가자미. 이게 콜라겐이 많아서… {어르신들 식사하시면 피부가 다 좋아지시겠네요?} 당연하죠.]

이 부부는 집을 임시 마을회관으로 바꿨습니다.

홀몸 노인들을 위해 매일 식사를 차립니다.

[오늘 진짜 맛있겠다. 저렇게 잘난 총각이…식당을 했는가? {국 다 받으셨죠?} 네. {두 그릇 드시고 싶으신 분 안 계시죠?}]

밖에서 홀몸이던 어르신들, 안에선 여럿이 됐습니다.

[박정례/석리마을 주민 : 다 조금씩 텃밭을 하잖아요. (어르신들이) 고추, 오이, 호박, 가지 뭐 다 들고 오세요.]

불 타기 전 마을은 관광지로도 유명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언젠가 사람들이 다시 찾기를 바랍니다.

[임옥순/석리마을 주민 : {어머니 건강하세요.} 네. 다음에 또 놀러 자주 오세요.]

[이복순/석리마을 주민 : {이제 가보려고요.} 가보려고? 얼른 가세요. 잘 갔다가 다음에 또 오세요.]

바다를 품고 살아온 마을은 이제 흔적만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많은 이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상처를 복구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영상편집 홍여울 VJ 김진형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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