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이라는 우주’로 펼쳐낸 20년 만의 귀환

박수상 2025. 10. 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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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전시 막바지, 의령 중견 작가 권영석 소회
경남도립미술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권영석: 생(生)이라는 우주'가 오는 19일 막을 내린다. 귀농 이후 농사와 작업을 병행하며 '생'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대형 회화를 펼쳐온 의령 출신 권영석(61)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20년 만에 대중 앞에 선보이는 특별한 자리다. 굴 껍데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일상의 사색을 화폭에 옮겨온 그에게 3개월간 이어지는 전시를 마무리하는 소회와 작업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감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험한 길이었는데, 마치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저는 농부로서 또 하나의 그림을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생을 살고 있지만 사실 농부의 일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저는 조금 고되고 무거운 길을 가고 있지만, 관객들은 제 그림을 통해 잃어버렸던 빛나는 꿈을 다시 마주하기를 응원한다.

-전시를 감상할 때 이 부분에 신경 쓴다면 전시가 풍성하게 와닿을 거라고 관객에게 권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손끝으로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바람, 구름, 물처럼 자연스럽게 제스처를 취하는 방식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남들이 쓰지 않는 굴껍데기라는 독특한 재료를 40년 넘게 다루는 과정에서 표현 방법이 조금씩 달라져 왔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현재 표현 기법을 들여다본다면 전시를 더 깊이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20년 만에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선 전시다.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예상치 못한 부분이 많다. 20년 전과는 달리 요즘은 개인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 전시 소감을 올리더라. 그걸 보면서 요즘은 일반인들이 그림을 굉장히 깊이 감상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특히 창원에서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 전시는 하루이틀 걸러서 후기 글이 올라가고 있어서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 처음 뵙는 분들이 제 그림을 깊게 감상하고, 상상을 초월한 호응을 주시니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작가 관점에서 직접 해석해 보는 '생(生)이라는 우주'의 의미는.

▲인간과 자연 모두가 생명체다. 모두 생명체지만 단지 생성과 소멸의 길이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순리를 몸소 체감하다 보니 '생'이라는 주제를 통해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을 사유하게 됐다.

-한때는 100호 100점 작업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달성한 이후로는 숫자보다는 더 깊이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작업 방향은?

▲이제는 작업이 굉장히 단순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립미술관 전시가 시작된 뒤로는, 가끔 전시장에 나가볼 뿐 붓은 일부러 잡지 않고 있다. 가만히 마음 정리하듯 작업실 한 번 둘러보고 그저 농사일만 하고 있다. 물론 농사일 와중에도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은 꾸준히 하고 있다. 이렇게 숨을 고른 후 자연스럽게 몸이 가는 대로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한다.

- 미술은 혼자 걸어가야 하는 외로운 길이라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나.

▲작품을 표현하는 데까지는 작가 혼자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작품이 탄생한 이후에는 모든 것이 감상자의 몫이다. 제가 이렇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지 않나. 결국 홀로 외롭게 걸어간 끝에 탄생한 작품은 모두의 것이 되는 셈이다.

-미술 작업과 농사를 병행하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거다. 농사를 짓다 보면 아무리 '올해는 최선을 다해보자'며 애써도, 결국 마지막 결정을 짓는 건 하늘이더라. 그런 걸 느끼다 보니,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일 뿐 나머지는 제가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전시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며 가장 크게 남는 감정은.

▲'참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것 하나 남아있다.

-앞으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여전히 '생'일 거다. 농사와 일상이 제 그림의 바탕이 되듯, 지금의 삶 속에서 더 깊이 있는 '생'을 탐구할 것 같다.

-후배 작가나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외국에서 공부해도 우리의 얼굴과 육체는 한국인이고 그 뿌리는 바꿀 수 없다. 세계화를 말하기 전에, 현재 우리가 지닌 것을 세계화하자는 생각을 먼저 하길 바란다. 그게 오히려 우리의 정체성을 더 깊이 있게 보여주는 길이다. 나 역시 작업을 할 때 한국적인 정체성과 나 자신의 정체성을 화두로 삼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상국립대 재학시절부터 졸업 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제 그림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故(고) 정문현 교수님, 그리고 정신적·환경적으로 어렵게 작업해 온 저에게 지금까지 가장 큰 멘토가 되어 주신 진주소아과 서정서 박사님. 이 두 분은 말하지 않아도 제 가슴 속에 늘 새겨져 있는 분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작업을 놓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던 만큼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박수상기자
 
지난 7월 10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2025년 2차 전시 개막식을 찾은 이들이 '권영석: 생(生)이라는 우주'展을 감상하고 있다. 경남일보DB
지난 7월 10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2025년 2차 전시 개막식을 찾은 이들이 '권영석: 생(生)이라는 우주'展을 감상하고 있다. 경남일보DB
지난 7월 10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2025년 2차 전시 개막식을 찾은 이들이 '권영석: 생(生)이라는 우주'展을 감상하고 있다. 경남일보DB
권영석. 경남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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