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사건 '핵심 증거' 판단 누락…엄희준이 '삭제' 지시했다
[앵커]
쿠팡 무혐의 사건의 최종 책임자였던 엄희준 전 지청장 관련 보도입니다. 엄 전 지청장이 수사보고서에 핵심 내용을 누락시키도록 한 데 이어 불기소 결정문에도 중요 내용을 빼라고 지시한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김산 기자입니다.
[기자]
고용노동청이 쿠팡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때 핵심 근거로 삼은 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쿠팡 내부지침서와 대법원 판례였습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하도록 불리하게 변경된 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별도 안내하지 말라는 쿠팡 내부지침이 '변경 규칙을 적절히 안내해야 한다'는 대법 판례에 위배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보고서 초안에서 이 지침서와 대법 판례에 대한 판단은 빠져 있었습니다.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이 민사재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취업규칙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기소 여부를 판단할 핵심 근거를 넘겨받고도 외면한 채 민사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한 겁니다.
엄 지청장의 지시대로 한 달 뒤 최종 수사보고서는 "취업규칙 무효 주장이 민사 관련 주장에 불과하다"고 작성됐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엄 지청장은 노동자들에게 통보되는 최종 불기소 결정문에서 '민사소송으로 다툴 부분'이란 내용을 아예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건을 민사 소송으로 떠넘기는 결정을 해 놓고 외부에 공개되는 문서에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빼라고 지시한 겁니다.
결국 노동자들이 통보받은 결정문엔 노동청이 제시한 쿠팡 내부지침서도 대법 판례도 모두 누락됐고, 왜 누락됐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빠졌습니다.
불기소 처분에 반발한 쿠팡사건 담당 부장검사는 처분 직전 검찰 내부망에 "핵심 증거와 판단이 누락됐으므로 그 근거를 남긴다"며 기록을 남겼고 대검에도 '쿠팡사건 관련 부장검사 견해'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의견서까지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고 부장검사는 현재 상부 승인 없이 개인 의견을 보고한 것을 두고 대검 감찰을 받고 있습니다.
엄 전 지청장은 JTBC에 "취업규칙 변경이 적법했다고 판단했지만 민사 판단은 별개이기에 따로 논의하지 말자는 취지였고 불기소 결정문 포함 여부는 문제될 쟁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처분이 적절했는지는 항고사건 재수사로 결론이 날 문제"라고 했습니다.
[자료제공 김주영·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영상편집 원동주 영상디자인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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