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공간들과 자연 쏙 품어 안은 다대포
- 내달 2일까지 17개국 46개 작품
- 옛 소각장·몰운커피숍 등서 전시
부산의 아미산과 낙동강 하구, 남해가 맞닿아 독특한 생태와 풍경을 자랑하는 다대포해수욕장. 특히 이곳은 강과 바다, 서로 다른 밀도의 물줄기가 충돌하고 섞여 역동적인 기운과 에너지를 간직한 매력적인 곳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 축제 ‘바다미술제’가 6년 만에 다대포로 돌아왔다.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작품을 펼쳐 놓고 그 안에서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바다미술제는 송도(2011·2013년)에서 시작해 다대포(2015·2017·2019년)와 일광(2021·2023년)을 거쳤으며, 6년 만에 사하구 다대포 해변으로 귀환했다.
지난달 26일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주최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개막한 ‘2025바다미술제’는 ‘Under Currents’(수면 아래 흐르는 저류, 밑 물결)를 주제로 보이지 않는 흐름과 숨겨진 것을 탐색하는 작품 46점을 선보인다. 전 세계 17개국 아티스트 23개 팀(38명)이 전시에 참여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지난 6년간 변화한 다대포의 장소와 잊혀진 공간, 역동적인 자연에 주목한다. 공동 전시감독인 김금화 기획자는 개막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번 전시는 다대포에서 잊혀진 장소를 재소환해 의미를 갖는다”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것, 잊혀진 것 등을 소환하며 다대포가 가진 저항·공존·회복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다대포해수욕장과 고우니 생태길, 몰운대 해안산책로 외에 옛 다대소각장과 몰운커피숍 등 현재 쓰이지 않는 공간도 포함됐다. 옛 다대소각장과 몰운커피숍은 잊혀진 공간을 예술로 재소환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비론 에롤 베르트 작가는 몰운커피숍에 하늘거리는 천과 바닷속 생물 그림, 독특한 사운드와 흐릿한 연기 등을 통해 육지에서 바다 속에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옛 다대소각장 굴뚝에서 홀로 살아가는 바다직박구리를 발견하고 대형 현수막과 영상 등의 설치 작품을 통해 다대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포착한 조형섭 작가의 작품 역시 특별하다.
다대포의 생명력을 담아낸 작품도 눈길을 끈다. 마르코 바로티가 부산의 바다에서 채집한 수중 생물의 소리와 다대포 전통어업 노동요 ‘후리소리’를 연결한 ‘표류하는 소리’는 다대포 바다 풍경, 뿔 스피커와 어우러져 바다의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안체 마에브스키 작가는 다대포에서 살았을 법한 고생물을 부산대 학생들과 ‘이어 그리기’를 통해 재현하며 진화의 흐름을 예술로 보여준다. 1600년 전 다대포 바닷물의 이동을 스마트 필름으로 구현한 이진 작가의 ‘물결의 되울림’도 자연의 미묘한 힘을 시각화했다.
생태의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은 단연 다대포와 어우러진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폴리미터’는 기장 다시마로 만든 설치 작품과 그것을 감싼 합성물질 소재의 외피를 통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생태적 리듬을 표현하고, 마티아스 케슬러·아멧 치벨렉 작가는 지역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엮어 만든 거대한 카펫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언가를 만들기’를 보여준다. 낙동강 상류와 하류에서 채집한 식물로 만든 대형 공을 통해 공을 굴리는 인간의 유희와 식물 사이의 공생을 은유한 오미자의 ‘공굴리기’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관객의 체험으로 완성되는 ‘오감 만족’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스노클링으로 바다에 들어가야 작품을 온전히 볼 수 있는 마리 그리스마의 ‘물과 물 사이의 초록’, 고우니 생태길의 식물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색 경험을 선사하는 우리엘 올로브의 ‘함께, 걷고, 사유하고(부산)’, 그리고 고우니 생태길 곳곳에 비치된 작가들의 지시문은 관객을 다대포의 자연으로 초대하는 발판이 되어준다. 또 작품인 공을 굴리는 체험(8일)과 어린이 워크숍 등 관람객 체험 행사도 마련한다.
주제가 가진 다양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라본 다대포의 풍경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바다미술제가 6년 만에 다대포로 돌아온 것이 반가운 전시다. 관람은 다음 달 2일(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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