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골드바로 바꿔라"···신종 보이스피싱 수법 '경고'
가짜 구속영장 제시 심리적 압박
자금 추적 회피 위해 금괴 요구
울산북부서 한달간 3건 시도 차단
5억5000여만원 재산 피해 예방

보이스피싱 조직이 내민 그럴듯한 조작 정보에 속아 '심리적 지배'를 당한 피해자들이 하마터면 전 재산을 범죄조직에 헌납할 뻔 했다. 경찰당국의 선제 대응으로 피해는 막았지만, 보호관찰을 명목으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범죄 수익금을 금괴로 받아 자금 추적을 막는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울산북부경찰서는 지난달 3건의 보이스피싱 시도를 사전에 차단, 총 5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막았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10일 30대 남성 A 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자 상대 측은 다짜고짜 검찰청 수사관이라 소개한 뒤 불러주는 IP주소로로 접속해 내용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A 씨가 해당 IP주소에 접속해 인적사항을 입력하니 서울중앙지검 공문, 구속영장, 은행 거래내역 문서가 나타났다.
그런 뒤 A 씨가 범죄 사건의 피고인으로 기소됐다면서 검사와 금융감독원 과장 등을 차례로 연결해줬다. 이들은 A 씨에게 협박과 회유를 병행하며 별도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하고, 보호관찰 조치를 해줄 테니 특정 호텔·모텔로 들어가 매 정각마다 특이사항 및 수발신이력을 보고하게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자금 추적을 막기 위해 대상자에게 금괴를 요구하는 사건도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9일 60대 여성 B 씨는 카드가 배송됐다는 알림 전화를 받았다. B 씨가 카드를 신청한 적 없다고 하자 곧장 고객센터로 안내를 받았는데, 해당 상담원은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라며 원격 제어 기능이 있는 앱 설치를 유도했다. 이 앱은 사실 금융 및 각종 보안 앱을 금지·삭제시키기 위해 설치한 악성앱이었다.
곧이어 자신을 금융감독원이라고 밝힌 조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서울중앙지검으로 연락해 보라"라며 겁을 줬다. B 씨가 인터넷으로 직접 검색해 서울중앙지검 대표 번호로 연락했지만, 악성 앱 때문에 통화는 피싱 조직으로 연결됐다.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오히려 "검찰 수사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 당장 구속시키겠다"라며 가짜 구속영장과 입출금 내역서를 보내 B 씨를 압박했다.
극도의 공포에 빠진 B 씨에게 조직원은 "수사에 순순히 협조하면 약식기소로 처리해주겠다"라며 회유한 뒤 "자산이 범죄에 연루된 불법자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 모든 자산을 골드바(금괴)로 바꿔 안전하게 전달하라"라고 지시했다. B 씨는 이 말만 믿고 평생 모은 적금 1억9,000만원을 깨고, 골드바 10개를 구매해 전달하려 했다.
지난 22일에도 60대 남성 C 씨가 B씨와 같은 수법에 속아 대출 1억5,000만원을 포함한 2억8,270만원으로 금괴를 사려 했다. 그는 경찰 연락에 "금반지를 사러 간다"라고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지만, 경찰은 차량 추적과 금거래소 협조 요청으로 C 씨를 찾아내 피해를 막았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