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문 닫은 美정부… 트럼프 "셧다운, 대량 해고 기회"

권경성 2025. 10. 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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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불발… 75만명 무급 휴직
양극화한 상원… 중도 소멸, 협상 실종
고용 악화 속 악재… 소비 위축 가능성
임시예산안의 연방 상원 통과가 불발되며 7년 만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7년 만에 문을 닫았다. 연방의회의 예산안 처리 불발로 자금이 끊기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정지되고 공무원 수십만 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이번 ‘셧다운’ 사태를 정부 인력 대량 해고의 기회로 활용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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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을 허락할 새 예산안은 기존 예산안 만료일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연방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상원은 이날 여당 공화당의 7주짜리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5 대 반대 45로 부결됐다.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찬성 60표가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 구도다. 보건복지 예산 복원 방안이 반영된 민주당 대안 역시 찬성 47, 반대 53으로 가결되지 못했다.

예고된 파국이다. 전날 양당 상·하원 수뇌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 때 합의 도출에 실패한 공화당과 민주당은 마지막 날까지 반전 없는 비난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뒤 백악관 취재진에 “민주당이 셧다운을 원한다”며 “셧다운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셧다운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도 이번 셧다운을 감세 공약 이행을 위해 원래 하려던 정부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는다는 자신의 구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의회에서 “누구도 원치 않는 셧다운이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은 10살짜리 아이처럼 인터넷에서 장난치느라 바쁘다”고 꾸짖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민주당 지도부 비난용 인공지능(AI) 생성 추정 영상을 가리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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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미국 연방정부 노동자들이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밖에 앉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 집회 참가자가 든 손 팻말에 “왜 이렇게 잔인한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셧다운의 최대 피해자는 연방 공무원이다. 초당파 기관인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추산에 따르면 사실상 일시 해고인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연방 직원 수가 75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정부가 셧다운돼도 연방의원들은 급여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량 해고 가능성이다. 미국 CNN방송은 “해고 규모가 수십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방 공무원을 대표하는 두 노조는 지난달 30일 셧다운 기간 대량 해고는 불법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력 공백에 따른 공공 서비스 차질은 불가피하다. 국가 안보나 치안 등을 담당하는 인력과 교통 기관 및 공공 병원 등의 직원은 업무를 계속하지만 셧다운이 끝난 뒤에야 급여를 소급해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체감할 만한 곳은 공항이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당장 1만3,000명 이상의 항공 교통 관제사가 급여가 끊긴 상태에서 일해야 한다. 안전·운영 지원 인력 약 3,500명은 일을 쉰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조조정 등 탓에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터에 셧다운이 노동자의 피로를 가중시켜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전국항공관제사협회는 셧다운 전날 성명을 통해 “이미 하루 24시간, 주 7일을 일하며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영공을 운영하느라 지친 직원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장기화할까

미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셧다운이 얼마나 장기화할지에 달렸다. 마지막 셧다운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12월부터 35일간이었는데, 역대 최장기였던 당시 셧다운 탓에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간 증가율이 0.4% 감소했을 것으로 CBO는 추정했다. 피해 액수는 30억 달러(약 4조2,000억 원)에 달했다.

이번 셧다운은 과거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로버트 페이프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이후 미국 정치 분위기가 비정상적으로 양극화하고 양당 극단주위자들의 권력이 커지며 당 지도자들이 정부 재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 악화 속에 셧다운이 오래갈 경우 관가 주변인 워싱턴과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지역은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다. 고용과 물가 등 핵심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 정책 방향을 잡는 데 곤란을 겪을 공산이 크다. 비영리기구인 미국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윈 수석 부위원장은 미 ABC방송에 “경제가 안정적일 때는 셧다운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현 상황에서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날 미국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셧다운발 경기 우려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면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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