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독과점? 식료품 값 왜 오르나” 이 대통령 발언에 숨죽이는 식품업계

이성희 기자 2025. 10. 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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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사과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식료품 물가 관리를 주문하면서 식품업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석 달 전 ‘라면 1개에 2000원’을 꼬집었다면 이번에는 ‘바나나 값은 도대체 왜 오르냐’고 콕 집었다. 농산품 가격 안정화는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이 핵심으로,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가공식품 가격 통제만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물가 동향을 보고받으면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 이는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유통망 독과점과 담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 했다.

이 대통령 발언을 놓고 식품업계 해석은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까지 검토하라는 메시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기업을 불러서 ‘가격 내리라’고 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명분을 만들어 매너있게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식료품 물가 문제는 가공식품과 농산물로 나눠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중간 도매상 등 복잡한 유통구조를 당장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사기 위해서는 대개 현지 생산자와 공판장, 도매상, 대형 유통업체, 소매상 등을 거친다. 생산지에서 판매지까지 올 때까지 거치는 단계가 많아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유통 단계마다 지역 일자리가 연결돼 있어 이 문제는 과거 여러 정권에서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이상기온으로 생산비 증가와 수확량 감소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언급한 바나나는 수입 과일이지만 다른 농산물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조금 풀리긴 했지만 우리 농산품은 아직 수입품으로부터 많은 보호를 받고 있다”며 “다른 나라 농산품은 가격이 뛰면 수입품으로 완화해줄 수 있지만 국내 상황은 다소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가락시장과 같은 도매 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구입처로 바로 보내 기존 유통단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6% 수준인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공식품 가격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체들은 환율 상승 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호소한다. 영업이익률이 평균 5%가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도 소비자 가격을 낮추지는 않아 비판받고 있다.

양 교수는 “라면처럼 그간 식품기업에 정치적 압력을 넣어 가격 상승을 막아보려고 했다가 이번처럼 정권 공백기에 대거 가격을 올리는 등 왜곡된 시장을 만들었다”며 “이번 기회에 유통 구조를 제대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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