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배틀십’의 부활?… 트럼프 “포탄이 미사일보다 싸”

이철민 기자 2025. 10.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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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수입으로 새 전함 많이 건조…스텔스 군함 못 생겼다”
군사 전문가들 “전함의 장갑판은 수백㎞ 날아온 미사일 못 견뎌”
현대 군함은 미사일 발사함 위주...미국도 마지막 전함 8척 해상 박물관으로 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위치한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미군 최고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AP 연합뉴스

“그 당시 전함(battleship)들이 구축함을 동반하고 항해하면, 오, 아무것도 막지 못했어요. 어떤 이들은 ‘낡은 기술’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전함에 장착된 포들을 보면 ‘낡은 기술’이라고 말 못할 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30일 미국 버지니아주 퀀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800여 명의 장군·제독·군 인사들을 상대로 70분간 연설의 한 대목에서 뜻밖의 주제를 꺼냈다.

이미 30여 년 전에 마지막으로 퇴역한 미 해군 전함(battleship)들을 다시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미 해군은 마지막으로 운용하던 전함인 아이오와급(級) 미주리함을 1992년에 퇴역시켰고, 미주리함은 현재 하와이 진주만의 해상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취역한 전함은 아이오와급 위스컨신함(BB-64)이었고, 시기는 80여 년 전인 1944년이었다. 미 전역에는 현재 전함 8척이 해상 박물관으로 보존돼 있다.

1991년 1차 걸프전쟁에서 미 해군의 전함 미주리함이 16인치(약 406mm) 주포 9문을 한쪽 사이드로 돌려 한꺼번에 발포하고 있다. 약 2000파운드의 포탄 9발이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대형 강철 장갑과 강력한 갑판 포로 무장한 전함은 전함 간 해상 포격전이 전투의 중심이었던 20세기 중후반까지 해군력의 정점이었다. 16인치(약 406㎜) 구경의 함포는 약 2000파운드(약 900㎏)의 포탄을 뿜어냈다.

미국이 건조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아이오와급 전함의 배수량은 약 5만7000톤이지만, 미국의 최신 미사일 구축함인 알리 버크(Arleigh Burke)급은 약 9000톤이다. 한국 해군의 대형수송함ㆍ강습상륙함인 독도함의 배수량은 약 1만4500톤이다.

그러나 전함의 함포 교전으로 해전의 승패가 갈린 시기는 제2차 대전이 마지막이었다. 미국도 1991년 걸프전 때 미주리함과 위스컨신함이 이라크군 해안 방어진지와 통신 시설을 향해 수십 ㎞ 날아가는 함포를 쏜 것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미 해군 전력은 수백, 수천 ㎞를 날아가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미사일 발사용 군함으로 구축됐다. 항공모함ㆍ잠수함ㆍ미사일이 치명적인 장거리 발사 능력을 갖추면서, 전함은 빠르게 구식이 됐다. 한국 해군은 처음부터 미국식 전함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날 “전함 개념은 실제로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튼튼한 6인치 측면 강철 장갑을 갖춘 것이다. (현재 군함처럼) 알루미늄이 아니다. 알루미늄은 적의 미사일이 아직 2마일쯤 떨어져 있을 때부터 녹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포탄은 미사일보다 싸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낡은 전함을 복원하기 보다는, 새 전함을 건조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듯했다. 그는 “관세로 들어온 수십억 달러로 전함을 많이 건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매우 미적 감각이 강한 사람인데, 당신들이 만드는 군함들, 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스텔스다’라고들 하지만, 그게 무슨 스텔스요? 스텔스가 되기 위해서 배가 반드시 못생길 필요는 없소”라고 했다.

20세기 중후반 전세계 바다를 함포로 지배했던 미 해군의 전함 아이오와급 위스컨신함(좌ㆍ1988년)과 최신형 줌왈트급 미사일 발사 스텔스 구축함(2016년)/미 해군

하지만, 미 군사 전문가들은 전함이 구시대의 ‘유물’이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장차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높은 중국 등은 전함을 보유하지 않았고, 전함은 현대의 전투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약 4000㎞ 떨어진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대함(對艦)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아예 미 항모나 군함들이 서태평양으로 가까이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과거 미 전함들의 강철 장갑으로도, 미사일을 견딜 수는 없다. 현대 해상전은 정보ㆍ탐지ㆍ회피ㆍ정밀 타격이 핵심 전략이다. 한마디로 근거리에서 포격전을 하는 ‘전함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또 새로 건조되는 전함은 순항미사일ㆍ어뢰ㆍ탄도미사일ㆍ장거리 포격 등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이는 정밀유도 미사일 장착함에 비해, 가성비 면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해군 전력ㆍ안보 전문가인 로버트 팔리 교수는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도 여러 시점에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전함 재건을 검토했지만, 미사일을 이용한 적의 반(反)접근ㆍ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에서 전함을 방어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함이 설령 부활한다고 해도, 옛날처럼 두꺼운 장갑과 대구경(大口徑) 포로 싸우는 배가 아니라 첨단 센서와 레이더, 미사일 발사대로 가득한 무기고 같은 함정의 모습을 띨 것이며, 적의 해안 목표를 포격하는 지원용 화력 플랫폼으로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 30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는 미군 장성들./AFP 연합뉴스

미국의 군사안보 저널인 ‘내셔널시큐리티 저널’은 “과거 전함은 적의 포탄에 맞아도 두꺼운 장갑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현대전에서 미사일 화력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스텔스ㆍ방공시스템ㆍ회피 능력으로) 맞지 않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라며, “향수(鄕愁)는 TV 화면으로는 멋져 보이지만, 억제력은 (비용ㆍ효율ㆍ전술 논리 등의) 수학을 필요로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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