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정책, 좌초시킬 수 없다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5. 10. 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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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관통해 볼 때 특정 문명의 흥망은 무역로의 성쇠와 일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수반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한국 최초 지도자로 기록된다.

북러 관계가 과거 냉전 시절처럼 동맹이라는 특수 관계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념과 가치, 감정을 뛰어넘은 노태우 보수 정부의 북방정책은 각고의 노력 끝에 큰 성과를 거둔 외교적 거보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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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세계사를 관통해 볼 때 특정 문명의 흥망은 무역로의 성쇠와 일치했다. 무역로를 선점한 민족과 국가가 문명을 꽃피우며 번영의 황금기를 구가했고 패권을 차지했다. 스키타이 문명의 초원길, 그리스·로마 문명의 지중해 교역로, 중화 문명의 비단길, 15세기 말 포르투갈 바스코 다 가마가 개척한 이래 스페인·네덜란드·영국으로 지배권이 바뀐 해상 실크로드 등이 그렇다.

지구온난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동서양의 물류 통로가 바뀌고 있다. 바야흐로 북극항로의 신시대가 열린 것이다. 천우신조로 한반도가 21세기 새로운 교역로인 빙상 실크로드의 요충지에 위치해 새로운 국운 상승의 호기를 맞고 있다. 이재명 신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을 대외정책 의제로 천명한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한러 관계가 1990년 재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수반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한국 최초 지도자로 기록된다. 주변 4강 정상 중 블라디미르 푸틴만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얼어붙은 한러 관계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균열의 시작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이 서구와 단일 대오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무기를 제공하면서 외교적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한러는 상대방을 옥죄는 다양한 압박을 동원하면서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한국이 대러 단독 제재에 더해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공급 카드를 흔들자 러시아는 대북 군사동맹 재구축으로 반격했다. 급기야 크렘린은 북한의 인민군 파병을 받아들여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했다. 한러가 상호 급소를 움켜잡음으로써 양국 관계는 파탄 일보 직전으로 내몰렸다.

김정은, 푸틴과 회담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 하기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4일 보도했다.2025.9.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행히 지난 6월 3일 대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선호하는 이재명 정부가 등장하면서 한러 간 사활적 안보 이익의 충돌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예전처럼 전략적 관계로 바로 복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러 관계가 과거 냉전 시절처럼 동맹이라는 특수 관계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북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혈맹이 됐다는 사실은 한러 관계의 회복탄력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태우 정부 이후 오랜 기간 쌓아 올린 북방정책의 공든 탑이 외교적 좌표 설정 미숙으로 한순간에 무너졌고, 훼손된 그 탑을 견고하게 재축조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러 관계 파국의 단초는 안전거리를 계상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과잉 개입에서 비롯했기에 양국 관계 복원 속도와 수준은 러시아보다는 한국의 외교적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을 제어하고 동결된 한러 관계를 조속히 회복하려면 단계적 출구전략의 마련이 시급하다. 이재명 신정부가 내세운 북극항로 개척 공약을 임기 내 실현하고자 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이념과 가치, 감정을 뛰어넘은 노태우 보수 정부의 북방정책은 각고의 노력 끝에 큰 성과를 거둔 외교적 거보로 평가된다. 북극도 북방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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