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숙청되지만 다른 이진숙 나타날 것”…면직된 李, 정부에 ‘경고장’
李, 마지막 퇴근길 이재명 정부 작심 비판…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 예고
李 향한 정치권 평 엇갈려…與는 “극우 여전사” 野는 “지선 카드 활용”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폐지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한민국 법치는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 "이진숙이라는 사람은 숙청되지만 또 다른 이진숙이, 저항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을 자동 면직시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에 대해 헌법소원도 예고한 상태다.
이 위원장은 전날인 9월30일 오후 마지막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부를 향해 "법을 바꿔서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통위를 방미통위로 바꿔서 사람을 잘라낼 수 있다. 그럼 다음에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고,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라낼 수 있는 첫 번째 사례"라고 일침을 전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방통위원장) 취임 사흘 만에 탄핵을 했고 그런 선례를 만들어냈는데 방미통위라는 새 기관을 만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또 했다"며 "정말 참 대단하구나 생각한다. 오늘 이진숙이라는 사람은 숙청되지만 제 생각에는 이런 것을 참지 못하는 또 다른 이진숙이, 저항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자리는 물러난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방미통위 설치법 추진에 대해 헌법소원이나 가처분 신청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 "가정적 질문이기 때문에 다시 만나면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본인의 후임으로 새로 오게 될 방미통위원장에게 당부할 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말을 안 듣는다고 잘라내는데 아무래도 대통령 말을 잘 듣는 분이 (방미통위원장)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후 그는 마지막에 차량에 올라타면서 기자들에게 "수고 많았다. 굿바이 앤 씨유(Good bye and see you)"라고 전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라" "방미통위법, 李 교체만이 목적"
이 위원장을 향한 정치권 평가는 엇갈린다. 이 위원장과 대립해온 범여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9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정치적 숙청'으로 왜곡하며 스스로를 희생양인 양 포장하고 있다. 국회를 사형장 운운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답게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역사 앞에 진솔히 반성하며 자숙하는 것이 국민 앞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특히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의 발언은 민의의 전당, 민주주의의 보루인 국회 본회의장을 혐오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면서 "보수의 여전사가 아니라 '극우의 여전사'로 등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위원장을 엄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입법 저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과정에서 "단 한 사람, 정무직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방미통위 설치법에 반기를 들었다. 심지어 내부 인사들은 이번 사태로 이 위원장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올라간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미통위 설치법 및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공포 절차를 거쳐 1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설립된 방통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통령 소속의 새로운 중앙 행정기관인 방미통위로 재편된다. 방송·통신 정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로 나뉘어 효율성과 책임성이 떨어지고 최근 미디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로 설치되는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7명 체제로 꾸려진다.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 1명을 지명하고, 국회 교섭단체가 5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회의는 4명 이상이 출석해야 열리고, 안건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또 기존 소관 사무에 유료방송, 뉴미디어, 디지털방송 정책 등도 추가된다.
하지만 부칙에 따라 기존 방통위 정무직 공무원은 새 조직에 승계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던 이진숙 위원장도 법 시행과 동시에 직에서 자동 물러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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