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칭 의혹’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 “법인 존속하게 해달라” 1심 패소
유엔(UN) 산하 기구를 사칭하고 기부금 44억원을 모금한 의혹으로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된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법인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1심 공판기일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1978년 설립된 유엔 해비타트는 각국 정부,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도시 개발, 주거 환경 개선 활동을 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는 2019년 국회 사무처에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하고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런데 2022년 12월쯤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가 공식 인가 없이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해 명칭과 로고 등을 무단 사용하고, 기업 등으로부터 44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국회 사무처는 한국위에 수차례 유엔 해비타트와 본부와 정식 협약을 맺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위는 정식 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결국 국회 사무처는 2023년 11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에 대한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는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작년 1월 이 사건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법인 취소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엔 해비타트 본부는 2019년 ‘공식 협력은 별도의 협약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나, 한국위는 2020년 9월 이후 2년 넘게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유엔 해비타트 본부는 지속적으로 한국위에 명칭과 로고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본부 명의로 어떤 활동도 수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민법 38조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때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한국위가 아무런 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임의로 유엔 해비타트 명칭과 로고를 사용한 행위는 공익을 해하고 설립허가의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는 운영비 대부분을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는데, 기업들은 한국위가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은 기관으로 잘못 알고 후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후원기업들의 금전적 손해를 넘어 기부·후원 제도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다른 국제기구나 공익단체가 정당하게 수행하는 모금 활동에도 불신을 초래할 위험이 커 공익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비영리법인들이 원고의 사례를 모방할 우려도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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