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례상… 홍동백서에 청주? 밀키트에 위스키![2025 추석특집]

최준영 기자 2025. 10. 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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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추석특집 - 추석 상차림 새 풍속도
1열 식사류 - 5열 과일·과자…
예의 중시한 전통상차림 대신
성균관선 ‘3열 9개 음식’ 제안
젊은층 중심 ‘간편·자유’ 선호
동그랑땡·떡갈비 간편식 대체
피자·치킨 등 서양음식도 올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 2022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갖고 제시한 간소화된 차례상 예시. 뉴시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추석(10월 6일) 명절을 앞둔 가운데 여러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추석 차례상 변화 모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통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이 감소하고 실속을 찾는 가정이 늘면서, 보다 간편하게 상을 차려도 된다는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은 시대에 따라 일부 변화가 발생하고, 지역과 집안에 따라 달라 어느 방법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전통 차례상을 차리는 원칙은 거의 비슷하고 각 가정에서 조금씩 변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추석 차례상은 방위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린다. ‘예절의 동서남북’이라고 하여 예절을 행하는 장소에서 제일 윗자리가 북쪽이다. 제주(제사의 주장이 되는 상제)가 상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 원칙이다. 차례 절차는 기제사를 따르지만, 술을 한 번만 붓고 축문은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이마트가 내놓은 가정간편식(HMR) 추석 음식 제품. 이마트 제공

전통 차례상 구성은 보통 5열로 이뤄진다. 신위(조상의 사진이나 지방(紙榜) 등)가 있는 쪽을 1열로 보면, 1열에는 식사류인 밥과 국 등을 배치한다. 2열은 제사상의 주요리가 되는 구이·전 등이 오르고, 3열에는 부요리인 생선·두부·고기탕 등 탕류를 놓는다. 4열에는 나물·김치·포 등 밑반찬, 5열에는 과일·과자 등 후식에 해당하는 음식을 올린다. 보통 복숭아를 비롯해 삼치·갈치·꽁치 등과 같은 ‘치’가 들어간 생선은 쓰지 않으며,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을 하지 않고 붉은 팥 대신 흰 고물을 쓴다.

구체적인 배열과 관련해선 ‘반서갱동’(밥은 서쪽·국은 동쪽), ‘적전중앙’(산적과 전은 중앙), ‘서포동혜’(포는 서쪽·생선젓과 식혜는 동쪽), ‘홍동백서’(붉은 색깔 과일은 동쪽·흰색 과일은 서쪽), ‘어동육서’(어류는 동쪽·육류는 서쪽) 등을 따른다.

다만 최근 추석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음식 종류나 배열도 자유롭게 하는 방향으로 상차림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유교 전통문화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은 2022년 ‘차례상 표준안’을 제안하며 간소화 방안을 권유하기도 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충분하다. 추석 차례상 기본 음식은 송편·나물·구이(적)·김치·과일·술 등 6가지로 제안했다. 여기에 가족 합의에 따라 육류·생선·떡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전이 빠진 것이 표준안의 주요 특징이다. 성균관 측은 “차례상에 전을 넣지 않아도 된다고 한 근거는 조선 시대 예학 사상가인 김장생이 쓴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서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한 기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졌던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원칙이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표준안 발표 당시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가족 사이에 불화가 초래되거나 고통이 따른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차례상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아예 밀키트나 가정간편식(HMR)으로 제수 음식을 준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과 떡갈비, 동그랑땡 등을 간편식으로 대체하면서 식품업계가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식품업계에선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떡갈비·동그랑땡 등 제수용 간편식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풀무원은 냉동 전·떡갈비·동그랑땡 완자 등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오뚜기는 수고로운 조리 과정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옛날잡채 냉동제품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속 차례상 간소화 문화 확산 등으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원재료를 일일이 구입해 손수 조리하는 대신 HMR로 차례 음식을 준비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은 제수용품 간편식 수요 증가에 따른 할인 행사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1일까지 추석 제수용 자체브랜드(PB) 간편식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9월 1∼18일 제수용 간편식 매출은 전년 명절 기간(8월 12∼29일) 대비 약 20% 성장세를 보였다. 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2주간 피코크 간편 차례상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마트도 지난해 추석 시즌 피코크 간편 차례상 매출이 직전 연도 대비 30%가량 증가한 바 있다. 편의점 4사도 9월 말부터 추석 명절 도시락 출시에 나서며 제휴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온라인상에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색 명절 차례상 경험담도 공유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난 설 때 전 대신 피자를, 청주 대신 위스키를, 산적 대신 프라이드치킨을 차례상에 올렸다”며 “올해 추석 때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부담 없는 연휴를 보내겠다”고 했다.

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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