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유행 이미 시작됐다…RSV, "진짜 골치 아픈" 바이러스

윤성철 2025. 10. 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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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엄마들 비상…내년 3월까지 감염 특히 주의해야
감기 비슷하지만 자칫 중증 호흡기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RSV 감염이 유행을 시작했다.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환자가 집중된다. 특히 돌이 안 된 영아들이 위험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태어난 지 한 달 남짓밖에 안 된 아기를 안은 엄마가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단순한 콧물과 기침이어서 '감기겠지' 싶었지만, 밤사이 아이가 숨을 고르게 쉬지 못하자 불안해졌다.

검사 결과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Respiratory Syncytial Virus) 양성 감염. 급성 호흡기 질환의 하나다. 자칫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아기 산소 포화도까지 떨어져 급히 응급 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아기는 상태가 계속 나빠지자 앰뷸런스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가 결국 중환자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기를 처음 진료한 부산 순병원 박예진 원장(소아청소년과)은 "RSV는 처음엔 가벼운 감기 증상처럼 보이지만, 특히 영아에겐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며 "호흡 곤란이 동반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RSV, 이름만큼 'Really Serious Virus'(진짜 골치 아픈 바이러스)

RSV는 사실상 모든 아이들이 생후 2년 안에 겪게 되는 흔한 바이러스다. 통상 영유아 3명 중 2명은 첫 돌이 되기 전에 한 번 이상은 걸린다. RSV 감염증 입원 환자 중 6세 이하 영유아가 70~80%나 된다. 법정 감염병 4급.

문제는 신생아나 면역이 약한 영아는 중증으로 번져 입원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때문에 RSV를 'Really Serious Virus'(진짜 골치 아픈 바이러스)라는 별칭으로 부를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RSV 유행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거나, 터울이 많이 안 나는 형, 언니를 둔 아기들은 감염 위험이 더 크다. 형이나 언니가 밖에서 바이러스를 묻혀와서는 손도 안 씻고, 마스크도 안 쓰고 아기를 만질 수 있기 때문. 박 원장은 "저희 병원의 경우, 올해는 벌써 9월 중순부터 RSV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60세 이상 노령층도 면역력이 약해 이 기간 중엔 더 걸리기 쉽다. 이들도 면역력이 약해 한 번 걸리면 호흡 곤란에 폐렴 등으로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치료약이 없다"…증상 완화해주는 대증요법이 거의 전부

초기 증상은 콧물, 기침, 발열 정도다. 감기로 오인하기 딱 좋다. 그러다 차츰 고열로 바뀐다. 숨이 가빠지고 쌕쌕거린다. 젖병을 물려도 잘 먹지 못하고, 기력이 없어 축 처진다.

이때부터 집에선 비상이 걸린다. 병원에선 호흡기 PCR검사, 항원검사로 감염됐는지를 찾아낸다.

그런데 진짜 더 큰 문제는 RSV 감염됐다고 나와도 특별한 치료제가 아직은 없다는 것. 열이 나면 해열제, 기침 심하면 기침약, 호흡이 곤란하면 산소치료 등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전부다. 아기가 탈수증에 빠지지 않도록 수분과 영양 공급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심한 정도에 따라 항생제나 수액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독감만큼 전염성 강한데"…우리 아기 지켜줄 '보디가드'는?

다행히 최근에는 RSV를 막을 수 있는 예방 항체 주사가 나왔다. '베이포투스'가 도입된 것.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에게 투여해 RSV 감염을 막아주는 '보디가드'다. 항체 효과는 약 5~6개월간 유지된다. 다만 60만 원 가까운 접종 비용은 부담스러운 점이다.

박 원장은 "베이포투스는 특히 첫 RSV 계절을 맞이하는 신생아에게 권장된다"며 "아기가 RSV와 싸울 힘을 키울 때까지 예방 접종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과 입원을 막아준다"고 했다. 2023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미 RSV에 감염된 상태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SV가 유행하는 시즌이 오면 병원에서도 비상 경계령이 내려진다. 소아청소년과 박예진 원장이 신생아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부산 순병원

사실 RSV는 흔하다. 하지만 증상 진행이나 후유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예방 접종과 빠른 대처가 아직 면역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 아기를 지키는 길이다. "감기겠지"하고 방심하다가는 한밤중에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 RSV 경계령이 내려졌다.

RSV는 감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기침, 콧물 같은 감기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갑자기 호흡곤란이나 쌕쌕거림으로 악화될 수 있어요. 겉으로는 가벼워 보여도 진행이 빠른 게 특징이죠. 특히 영아는 기침이 심하지 않아도 갑자기 호흡 곤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우리 집엔 큰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이러면 갓난아기도 위험할까요?

"네. RSV는 전염력이 강합니다. 형제자매를 통해 아기에게 쉽게 옮길 수 있어요. 실제로 형이 가벼운 감기에 걸렸던 집에서 신생아 동생이 걸려 병원 중환자실까지 가는 일도 있었고요. 그래서 RSV가 유행하는 동안엔 손씻기, 마스크 착용, 접촉 줄이기 등 위생 관리가 정말 필요하죠."

RSV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RSV는 아주 어린 영아뿐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아이들, 심지어 어른들도 생길 수 있어요. 다행히 큰 아이들은 그러다 금방 회복되기라도 하는데, 어린 영아들은 위험해요. 특히 12개월 미만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잘 걸려요. 아이들 검사는 코 안쪽(인두부)에서 검체를 채취해 흉부 X-ray나 항원검사, 호흡기 PCR검사로 진단합니다. PCR검사가 정확도가 높죠."

RSV 예방주사 '베이포투스'는 어떤 아기가 맞아야 하나요?

"생후 첫 RSV 시즌을 맞이한 영아, 또는 RSV 유행기에 태어난 신생아가 첫째 대상입니다. 그런데 RSV는 생후 첫 감염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도 문제예요. 그래서 RSV 시즌이 오면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어요. 신생아가 RSV와 싸울 힘을 갖기 전까지는요. 특히 고위험군(24개월 미만의 심장·폐 질환이 있는) 아기에겐 더 필요하고요."

예방접종 효과는 얼마나 가나요?

"접종 직후부터 효과가 생깁니다. 약 5~6개월간 항체가 유지되죠. RSV 유행 기간(10월~다음해 3월) 동안 아기를 지켜줍니다. 다른 소아 백신과 동시 접종도 가능하고요."

도움말: 부산 순병원 박예진 원장(소아청소년과). 부산대 의전원을 나와 양산부산대병원과 부산성모병원에서 수련했다.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자격도 있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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