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두고 굳이 자사주를?…KCC 백기 든 이유

안준형 2025. 10. 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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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EB 등 자사주 활용계획 6일만 백지화
4300억 조달되지만 자사주 시장에 풀릴 우려
"삼성물산 두고, 자사주 먼저 활용해 시장 충격"

삼성물산 주식 활용계획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KCC가 자사주 활용계획을 6일 만에 전면 철회했다. KCC는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해 43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KCC 시가총액보다 더 큰 삼성물산 주식부터 활용계획을 밝히라는 자본시장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자사주 활용 공시하자 주가 급락…철회하자 급등

지난달 30일 KCC는 자사주 활용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KCC는 지난달 24일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17.24%(153만2300주)에 달하는 자사주 처리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 35만주 △교환사채(EB) 발행 88만2300주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30만주 등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발표 6일 만에 백지화됐다.

회사 측은 "이익환원과 기업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KCC가 자사주 활용계획을 공시한 지난 24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87% 급락했다. 

자사주 활용계획 중 문제가 되는 대목은 EB 발행이다. EB는 사채 발행 회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KCC는 EB 발행을 통해 43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조달해  2019년 모멘티브 인수로 불어난 차입금을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액 주주 입장은 달랐다. 향후 EB 인수자가 채권을 KCC 자사주로 교환하게 되면, 시장에 그 주식이 풀리게 된다. 자사주 EB 발행은 곧 자사주 처분을 의미하는 셈이다.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시장에 다시 풀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부 주주들이 주식 가치 희석을 우려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자사주 활용계획 철회가 공시되자 하락세를 유지했던 KCC 주가는 급등해 전거래일 대비 6.27% 오른 가격에 마감했다. 

삼성물산 주식 활용방안 공론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불똥도 튀었다. KCC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10.01%(1700만9518주)다.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처음 인수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KCC는 삼성카드로부터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17%(42만5000주)를 7738억원에 매입했다. 2014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한 제일모직이 상장할 때 KCC는 일부 주식(750만주)을 팔아 3975억원을 현금화하고도 지분 10.19%가 남았다.

지난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과정에서도 KCC는 삼성물산 자사주 5.76%(899만주)를 6743억원에 사들이며 백기사로 나섰다. 현재 KCC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삼성물산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KCC 시가총액에 육박한다.

그간 기관 투자자들은 KCC에 삼성물산 유동화 방안을 줄곧 요구했다. 3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산이 방치되고 있어서다.

지난 25일 LS증권은 "기관 투자자들의 주된 요청 사항은 오래된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라며 "약 3조3000억원의 저수익 자산(삼성물산)을 활용하지 않고, 굳이 4300억원 자사주 EB를 발행한 점은 주식 투자자 기준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라이프자산운용은 KCC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라이프자산운용 측은 "EB 발행이 차입금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였다면 자기주식보다 비핵심·저수익 자산을 먼저 활용했어야 한다"며 "오랫동안 수익 기여가 제한적이었던 삼성물산 주식을 기초로 EB를 설계할 수 있었지만 자사주를 먼저 활용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자사주 EB 발행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태광산업은 전체 주식의 24.41%에 이르는 자사주 27만1769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하려다 전면 중단했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최근 태광산업은 "EB발행과 관련해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에 우려가 표명됐고 가처분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점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법원이 EB발행과 관련된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하였으나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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