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댐’ 후보지 뺐다 더했다 결국 ‘절반 중단’…졸속 추진에 정책 불신·지역 갈등 심화

환경부가 지난해 7월부터 ‘기후대응댐’ 명목으로 추진한 14개 댐 중 7개의 건설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댐 건설, 4대강 사업 등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물 관리 정책이 정권에 따라 180도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지역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30일 7개 댐 건설 중단을 발표하면서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정책의 문제점을 ‘셀프 지적’하는 내용을 함께 발표했다. 4조7000억원을 들여 14개 댐을 다 지어도 용량이 소양강댐의 11% 수준에 그칠 정도로 효과가 크지 않은데도 정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전 정부는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가 작은 여러 개의 댐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14개 댐의 용량을 다 합쳐도 소양강댐(29억㎥)의 11% 수준인 총 3억2000만㎥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천정비 등 타 대안보다 댐을 우선으로 계획한 곳도 있었다”며 “일부는 과거 주민 반대로 철회됐음에도 무리하게 재추진했다. 댐 계획 발표 이후에야 주민설명회를 하는 등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건설을) 추진해 지역사회 반발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7월30일 김완섭 당시 환경부 장관은 기후변화로 일상화된 극한 홍수를 대비하겠다며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이후 댐 건설 후보지는 빼고 더해지기를 반복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는 주민 반대가 극심한 강원 양구군, 충북 단양군, 충남 청양군, 전남 화순군 4곳을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나머지 10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하고 제외된 4곳은 임시 후보지격인 ‘후보지(안)’으로 남겨 주민 설득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경부는 “(기후대응댐을) 공감대 없이 강제로 진행하지 않겠다”면서도 10곳 후보지에 대한 공청회를 강행했다. 지난 1월에는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확정하고 타당성 조사 등 댐 건설을 위한 제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3월에는 10곳 중 순천 옥천을 제외한 9곳의 신규댐 건설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 9곳에 청양 지천댐을 더해 총 10곳에 대한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홍수와 가뭄에 도움이 안 되고 주민이 원치 않는 신규댐 설치는 추진을 폐기한다”는 공약을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하면서 댐 건설 추진은 본격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리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불필요한 곳은 사유를 충분히 설명해 중단하고, 필요한 곳은 기본적인 용역 등을 거쳐 진행하겠다. 대략 반반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한 지 3주만에 구체 계획이 나왔다.
약 1년 만에 정책이 뒤집히면서 ‘기후대응댐’,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물 정책 방향이 정치적으로만 결정된다는 비판도 받는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댐 사업은 국가적 사업이고 막대한 예산을 써서 굉장히 긴 기간 동안 하는 사업임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은 계속 갈등을 또 겪고 일대에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는 등 지역에서 굉장히 혼선을 가지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론화 과정에 대한 불신도 감지된다. 청양부여 지천댐·김천 감천댐·연천 아미천댐·의령 가례천댐·거제 고현천댐·울산 회야강댐·강진 병영천댐 등 7곳은 대안 검토와 공론화를 다시 거쳐야 한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 건설) 찬성 측만 있는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일반적인 공론화 절차를 거친다면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나머지 7곳에 대해서는 댐 건설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명숙 청양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책위원장도 “최종 건설 후보지가 아닌 곳에서도 절차가 계속됐는데 이전 정부와 뭐가 달라졌나”라며 “공론화라는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301130011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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