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美 승인 필요한 KF-21… 국산 엔진 있어야 해외시장 열린다 [다가오는 K항공엔진]
첨단 항공엔진은 '기계공학의 꽃'
초음속·초고온·초정밀 기술 필요
고난도에도 개발해야 하는 이유
국방 자립, 수출 확대, 공급 안정

"가장 힘든 점이요? 주변의 불신입니다."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R&D(연구개발) 캠퍼스에서 만난 윤삼손 항공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불신의 대상은 국산 항공엔진 개발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차세대 전투기 KF-21과 수출 효자 기종 FA-50의 엔진은 각각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와 F404다.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두 기종 모두 수출할 수 없다. 방산 자립을 위해선 국산 항공엔진이 있어야 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위한 기술을 쌓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방산업계 안팎에선 "설령 항공엔진을 자체 개발해도 실전에 적용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다음은 한국?
한화에어로는 1979년 이후 46년간 항공엔진 기술에 매진해왔다. 미국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우리 전투기에 들어가는 F414와 F404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만 번째 항공엔진을 출하했고, 지금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5,500lbf급(1lbf는 지구 표면에서 1파운드 질량의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 중형 터보팬 엔진을 2030년대 국내 첫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1사업장의 항공엔진 신공장은 지난해 증축을 마치고 올해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사이 기술을 바라보는 불신의 벽이 조금씩이나마 허물어지고 있음을 윤 CTO는 느낀다고 했다.

최첨단 항공엔진 독자 개발을 업계조차 쉽사리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기술적 난도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도 6만5,000피트에서 초음속을 이겨내야 하고, 영하 80도인 엔진 외부와 최대 2,000도에 육박하는 내부의 초고온까지 동시에 견디며 정상 작동해야 한다. 엔진 연소기 내벽의 두께는 불과 1㎜라 초정밀 설계와 가공 기술이 필요하다. 부품에 따라선 1마이크로미터(1μm=1,000분의 1mm)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되기도 한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원심력도 이겨내야 한다. 첨단 항공엔진이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다.

현재 전투기용 항공엔진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5개뿐이다. 특히 서방 국가 전투기에 탑재되는 항공엔진은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랫앤드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가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첨단엔진을 독자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국방과 수출 자립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엔진은 원활한 부품 수급도 어렵다. 실제 지난달 24일 찾은 한화에어로 신공장 일부 라인은 자재가 없어 엔진을 못 만들고 있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미국이 군수 물자가 부족해져 자국(미국)에 우선 물량을 넣고 있다"며 "지금처럼 생산이 멈추면 당연히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국방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산화 성공한 자주포 엔진처럼 전투기도

정부는 2027년부터 14년에 걸쳐 약 3조3,500억 원을 투입해 2030년대 후반까지 추력 1만6,000파운드 전투기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때도 첨단 항공엔진이 핵심 과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사업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업계에선 14년의 일정이 도전적인 목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 기업 사프란은 자국 전투기 라팔에 탑재되는 M88 엔진 개발에 약 13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원태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이미 자체 항공엔진 개발에 10년간 매년 10조 원씩 투자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지와 적극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K9 자주포도 독일 엔진을 사용했기에 독일이 허락하지 않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에는 수출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국산화에 착수했고, 지난해 우리 기술로 자주포 엔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창원=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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