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말 못하는 안녕하지 못한 우리] 3. 의사없는 병원, 대응인력 수도권으로
강원도민 고의적 자해 인한 사망률 29.1명
제주 이어 전국 가장 높아 ‘정신건강’ 적신호
도 유일 국립 정신의료기관 ‘국립춘천병원’
작년 외래환자 6000명·입원 1만4000명
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단 3명뿐
강원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난 호소
1년에 강원지역 전문요원 발굴 20명 미만
도내 정신건강 전문인력 전체 31.1% 차지
“전문인력 양성 불구 열악한 처우에 유출”
정신질환자 느는데 전문의 태부족…수련기관 지원 절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 ‘정신질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초기 치료·교육 등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 경우 정신질환은 우리 사회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단순하게는 일터나 가정 등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부터 나아가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길 수 있다.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료인력이 필수적이나 강원도는 그렇지 못하다.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인재유출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정신건강 의료인력도 마찬가지다.

■ 강원도 자살률 전국 최고 수준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안에서도 강원도의 자살률 지표는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낸다.
표준인구 10만 명당 강원도민 사망률은 324.6명, 이중 고의적 자해(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29.1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을 한참 웃돌아 제주도(32.4명)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자살률을 비롯해 도내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역 안에서는 병원·기관 등을 통해 도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열악한 처우와 인력 부족으로 ‘정신건강 경고등’은 여전히 켜져 있다.

■ 의사 없는 병원… “인력난 심각”
춘천 동산면에 자리한 국립춘천병원은 1992년 개관 후 정신건강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 정신질환자 치료 및 재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원도 내 유일한 국립 정신의료기관이다. 조현병부터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을 앓는 환자들이 강원 전역에서 병원을 방문해 외래·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40~50대의 중장년층 환자가 가장 많으며, 최근에는 소아 ADHD에 대한 상담 및 치료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입원 환자들에 대해서는 일상생활훈련·사회기술훈련부터 파크골프 등 운동 프로그램, 환자들의 사회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행복텃밭 가꾸기·시 낭송·합창 등 여가 프로그램과 김장·송년회 등 특별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찾아가는 교육, 계층별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 재난심리지원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이렇듯 진료·치료와 더불어 다양한 정신건강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립춘천병원은 외래환자 6000여명을 진료했다. 입원환자는 1만4000여명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 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단 3명뿐이다. 이마저도 입원 병동을 관리하는 전문의는 1명에 그친다. 환자는 꾸준히 방문하는데, 이들을 돌볼 의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병원에서는 응급입원은 아예 받지 않고 일반병동과 당일 아침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은 후 오후에 퇴원하는 당일 입원 제도, ‘낮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전문의 부족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더욱 심해졌다. 소위 ‘인기과’가 아닌 정신건강의학과로 오는 전문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병동 재편성과 의료대란 등 굵직한 의료계 사태들이 연이어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낮은 의료진 임금도 영향을 미쳤다. 업무도 많고 페이도 낮은 국립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민간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창환 국립춘천병원장은 “춘천 지역은 수도권과 인접해 오히려 의료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처우 개선 정책이 시행돼도 의료 취약지 비수도권보다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전문의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의 수도 줄어들었다. 한창환 원장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현장 상황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정신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현재는 공중보건의가 0명”이라며 “지역 현장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춘천병원 관계자는 “더 많은 환자를 돌보고 싶지만 인력과 예산이 모두 부족해 엄두도 안 난다”며 “직원은 계속 줄어드는데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느라 현장 인력들도 많이 지친 상태”라고 토로했다.

■ ‘전문요원’도 수도권으로
기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춘천 석사동에 위치한 강원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10년 6월에 개소해 올해로 15년이 됐다. 보건복지부와 강원도, 강원대병원과 함께 도민의 정신건강증진과 24시간 자살예방·위기관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도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컨트롤 타워로서 지역 센터들의 운영을 지원하고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에 대해 전화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이들을 양성해 또 다른 정신질환자 동료를 돕도록 하는 동료 지원 사업, 국립춘천병원 강원권 트라우마센터와 연계한 네트워킹 사업, 강원도립극단 등과 함께하는 자살예방 연극 등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인력난’이다. 특히 정신건강전문요원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이 크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란 정신건강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수련기관에서 수련을 받아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을 취득한 이를 일컫는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 직역에 따라 4개 분야로 분류된다. 강원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1년에 강원 지역에서 새롭게 발굴되는 전문요원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올해 9월 기준 강원도내 정신건강 전문인력은 전체 351명 중 109명으로 31.1%의 비중을 차지했다.
김정유 부센터장은 “정신건강 전문인력을 양성해도 처우가 열악해 급여 등을 이유로 수도권이나 다른 부서로 유출된다”며 “입원 등 특수 상황에서는 전문요원 동반이 꼭 필요한데, 상황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전문인력 자격 취득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요원 수련 기관에 대한 지원이나 별도 예산도 없이 평가만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예림 기자
이 기사는 ‘2025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환자 #정신건강 #지원 #치료 #강원도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 조정석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찾은 이유는 - 강원도민일보
- 2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린 양양~제주 하늘길 '만석'…양양공항 재도약 기대 - 강원도민일보
- 로또 1등 서울 한 판매점서 5게임 당첨, 동일인이면 76억 초대박 - 강원도민일보
- 추석 밥상머리 오를 ‘권성동 특검’…강원 지선 가늠자 될까 - 강원도민일보
- 양양송이 첫 공판 ‘1등급 ㎏당 113만원’ 사상 최고가 경신 - 강원도민일보
- 춘천 역세권 개발 예타 통과 BC값에 달렸다 - 강원도민일보
- 강릉 황색포도알균 집단 의료 감염…경찰 수사 착수 - 강원도민일보
- "먹어도 만져도 안됩니다" 복어 독 20배 ‘날개쥐치’ 주의 - 강원도민일보
-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대한항공 탑승권 구매 가능해졌다…공정위, 통합안 발표 - 강원도민일보
- 정부 9·7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미분양’ 넘치는 비수도권은? -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