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대신 ‘돈벌’…배임죄 없애고 대체입법
[앵커]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집주인.
또 한 사람은 집사.
집사에게 집 관리를 맡겼는데, 금고 속 돈을 멋대로 썼다면 낭패겠죠?
이걸 회사에 대입해 볼까요.
주주가 경영을 맡겼는데, 경영인이 회삿돈을 마음대로 쓴 상황과 같습니다.
현행법은 이걸 형벌로 다스리죠.
임무를 배신했다는 뜻의, 배.임.죄.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는데,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경영상 잘못은 '형벌'보다는 일명 '돈벌',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게 더 낫다는 취지인데요.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먼저, 김진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월 무죄가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회장 '사법 리스크' 원천도 배임죄였습니다.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
1, 2, 3심 재판부 모두 '경영상 선택'이라며 무죄 판결했습니다.
신사옥 부지를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회장 개인이 지분을 싸게 사 지주회사에 손해를 줬다, 고강도 배임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임무를 위배하여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줬을 때'라는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한 배경도 이런 애매모호함에 있습니다.
[구윤철/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다만, 완전 폐지는 아닙니다.
최근 5년 배임 재판 3천3백여 건을 분석해 보니, 회삿돈 사적 사용(42.7%), 영업비밀 유출(9.4%) 등이 혐의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이런 행위까지 '경영상 선택'으로 볼 수는 없는 만큼 대체할 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현행 배임죄보다 얼마나 처벌 범위를 좁힐지가 관건입니다.
[김경수/KBS 자문 변호사 :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여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이 존중되는 대체입법이 필요합니다."]
재계는 기업활동에 큰 활력을 줄 거라며 환영했지만,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재벌 면죄부라며 반발했습니다.
KBS 뉴스 김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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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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