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무혐의사건' 대검보고서 입수…"억지마세요" 부장검사 호소 무위 / 풀버전

김휘란 기자 2025. 9. 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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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검찰의 '쿠팡 무혐의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겠습니다. 사건을 맡았던 부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에 반발하며 지휘부를 수사 의뢰한 바로 그 사건입니다. 저희가 수사보고서를 확보했습니다. 부천지청이 대검찰청에 올린 겁니다. 수사의 핵심 증거인 쿠팡의 '내부지침서'가 대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김휘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김휘란 기자]

2023년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 어렵도록 '취업규칙'을 바꿨습니다.

퇴직금을 못 받게 된 일용직들이 잇따라 쿠팡을 고발했고 지난해 9월 고용노동청이 쿠팡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노동청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내부지침서'를 확보했습니다.

"일용직들에게 퇴직금과 근로기간 단절에 대해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말고 이의제기할 때만 개별 대응하라"는 내용입니다.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린 겁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꿔놓고 적절히 설명하고 의견을 듣지 않으면 그 취업규칙은 무효입니다.

노동청은 이 지침서를 근거로 바뀐 취업규칙을 무효로 결론 내고 지난 1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받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 3월 6일 '전부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뒤집은 1차 수사보고서를 대검찰청에 보냈습니다.

1차 보고서에는, 노동청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내부지침서'에 대해 거론조차 돼있지 않습니다.

고용노동청의 핵심 증거가 누락된 겁니다.

대신 "취업규칙은 보충적 효력에 불과하다"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서가 제출됐다"고 적혔습니다.

바뀐 취업규칙이 문제 없고, 이에 따라 퇴직금을 주지 않았으니 혐의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한 달여 뒤인 4월 22일, 대검찰청에 보낸 2차 수사보고서에도 쿠팡의 내부지침서에 대한 판단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노동청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기소의견의 핵심 증거가 검찰 수사보고서에선 사라져버린 겁니다.

이에 대해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은 "담당검사가 먼저 무혐의 의견을 냈다"며 "취업규칙 관련 내용은 부장검사 개인 의견서로 대검찰청에 보냈으니 누락된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 수사보고서가 만들어지기까지 부천지청 지휘부와 담당 부장검사가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도 확인했습니다. 지휘부는 담당 부장검사에게 "취업규칙이 무효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부장검사가 "누락해선 안 된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지휘부는 "억지부리지 말라"고 답했습니다.

김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김산 기자]

사건이 송치되고 얼마 뒤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은 쿠팡 주임검사를 불렀습니다.

주임검사는 부장검사에게 "엄 지청장이 직접 불러 사건 검토 방향을 알려줬는데, 쿠팡은 무혐의였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난 3월 6일 부천지청의 2인자 김모 차장검사는 1차 수사보고서에 대한 지청장의 지시를 메신저로 전달합니다.

"청장님께서 취업규칙 무효 여부를 우리가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신다"며 "괜한 분란 소지와 민사재판에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냈습니다.

고용노동청 기소의견의 핵심 근거였던 취업규칙 무효에 대해 아예 판단을 하지 말도록 엄 지청장이 지시했단 겁니다.

이에 부장검사는 부천지청장과 차장검사에게 "취업규칙 무효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것에 대해 우려가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휘부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부장검사는 지청장에게 "주말 내내 잠도 못 잤다"며 "충정의 마음으로 절차를 상의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한 달여간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4월 18일 2차 대검 보고서에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부장검사는 차장검사에게 "여전히 핵심증거가 누락돼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차장검사는 "논리도 안 맞고 억지부리는 것 같다"고 나무라듯 말합니다.

열흘 뒤 쿠팡 무혐의 처분이 확정됐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검찰의 보완 수사가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과 그리고 검찰의 기소 독점이 이런 문제를 낳고 민생을 얼마나 파괴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엄 지청장은 JTBC에 "민사로 판단될 쟁점을 형사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지시"였다면서 "노동청이 제시한 대법 판례는 검토 결과 쿠팡 사건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검찰뿐 아니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고용부는 이미 지난해, 쿠팡의 퇴직금 규정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았습니다. 유명 로펌 8곳이 만장일치로 위법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어느 곳에도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임지수 기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쿠팡 사건 수사 지연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김주영/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년 10월 / 국정감사) : 이 사건 잘못 수사하면 쿠팡에 면죄부를 주는 거고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서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고용부는 뒤늦게 국내 유명 로펌 8곳에 법률 자문을 맡겼습니다.

쿠팡은 기존엔 퇴직금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 일한 기간은 단순히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새 규정에선 계속근로기간을 아예 1일차로 리셋시켰습니다.

자문 결과 로펌 8곳 모두 새 규정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린 걸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현행 퇴직급여법보다 불리한 자의적 기준을 만들어 퇴직금 대상에서 배제해선 안 되고, 그간의 대법원 판결, 행정해석과도 크게 어긋난단 겁니다.

일이 끊길 때마다 계속근로기간이 리셋되면, 회사가 단기 계약을 반복하는 등 악용할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용부 자문 결과는 검찰은 물론 쿠팡을 수사한 노동청에도 전혀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3년 5월, 문제가 된 취업규칙 변경안을 승인해준 곳도 고용부였습니다.

노동청의 기소의견을 뒤집은 검찰의 무혐의 판단뿐 아니라, 피해를 바로잡아야 할 고용부 대처도 추가 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자문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이 사건 집중 취재하고 있는 김산 기자와 조금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산 기자, 그런데 대검찰청은 부천지청 지휘부가 아니라, 문제제기를 해온 부장검사에 대해 감찰조사를 하고 있다고요?

[김산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월 초 대검찰청은 부장검사를 소환조사까지 했습니다.

대검은 이 부장검사를 상대로 지난해 9월 고용노동청의 쿠팡 압수수색 영장을 부장 전결로 한 이유가 뭐냐, 지청장 승인 받지 않고 대검찰청에 쿠팡 수사에 대한 의견을 낸 이유가 뭐냐 등을 추궁했다고 합니다.

"취업규칙과 관련해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서가 쿠팡 압수수색에서 발견됐고, 이를 누락한 걸 문제제기했는데, 지청장 승인을 받지 않은 부분을 조사한 겁니다.

대검은 왜 이런 감찰을 했는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엄희준 당시 지청장은 JTBC에 자신이 감찰의뢰를 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앵커]

부천지청장이 핵심적인 부분을 빼도록 한 거잖아요. 혹시 그 이유가 취재됐습니까?

[김산 기자]

먼저 부천지청의 2인자 김 차장검사가 보낸 이 메신저를 다시 보시면요.

'민사재판에서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고용노동청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면 법적 판단을 해서 기소의견 송치한 걸 수사를 맡은 검찰이 민사재판이 진행될 테니 진행하지 말라고 한 겁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더 세심한 형사법적 판단을 하기보다 민사로 그 판단을 미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엄 전 지청장은 "노동청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를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며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은 적법하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이게 위법하다는 여러 자문을 받았고, 모든 법 전문가가 같은 의견을 냈다는 거잖아요?

[김산 기자]

네, 고용노동부가 로펌 8곳에 자문을 구한 결과, 전부 위법하단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는 형사판례를 부천지청 지휘부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기소의견 송치를 한 고용노동청, 담당 부장검사와 형사판례 8곳의 로펌까지 모두 법적 문제가 있어 기소가 필요하다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엄 전 지청장은 "해당 형사판례는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저희에게 밝혔습니다.

[앵커]

쿠팡에 대통령실과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요, 김앤장 전관변호사도 선임 했는데요. 이와 관련된 게 취재된 건 있나요.

[김산 기자]

말씀하신대로 과거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인사들을 쿠팡에서 많이 스카웃했습니다.

검사 출신 임원도 대거 포진돼 있습니다.

전관이 있는 김앤장과도 계약을 맺었습니다.

다만 아직까진, 이것으로 인해 부천지청 지휘부가 이같은 판단을 했단 근거는 없습니다.

엄 전 지청장은 "쿠팡과 관련해선 내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 말곤 없다"며 쿠팡 봐주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김주영·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영상취재 김대호 신승규 영상편집 원동주 최다희 영상디자인 김관후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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