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장비투자도 대만이 韓 추월 … 파운드리 격차 더 벌어지나
TSMC 2나노 가오슝 공장
축구장 46개 크기에 67조 투자
7000개 첨단기술 일자리 창출
대만, 첨단 로직·패키징 집중
빅테크 AI 수요 기반 성장 가속
韓, HBM 빼면 부가가치 낮아
대만, 반도체는 주40시간 예외
韓, 근로시간·환경규제 발목

대만 TSMC가 2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지은 남부 가오슝 공장. 면적은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79만㎡, 투자액은 1조5000억대만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AMD, 퀄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문한 미세공정 반도체가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된다. 이곳에서만 7000여 개의 첨단기술 일자리와 2만여 개의 건설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TSMC는 첨단 공정인 A16과 향후 최첨단 노드를 지원하는 5개의 공장을 더 건설할 계획이다. TSMC에 따르면 회사는 2021년부터 매년 평균 5개의 팹(반도체 공장)을 건설했고, 2025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덕분에 한국으로 비유하면 수원부터 군산, 목포까지 서부 해안 전역에 최첨단 팹이 줄줄이 세워지고 있다. 이 공정이 완성되면 주문을 넣겠다는 테크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대만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6.8%에 달했는데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가 3.2%를 차지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시행되기 전에 물량을 미리 출하하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민간 투자도 늘었다.
팹 건설에서 나오는 부가가치가 전부가 아니다. 팹에서 나온 반도체를 패키징하고 가공하는 것도 대만이 세계 1등이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 중 미디어텍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만 내에 즐비하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중심으로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는 철저히 수직계열화된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타고 대만이 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 비결이다.
이런 성공은 하룻밤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대만은 집적회로(IC) 설계부터 웨이퍼 제조, 패키징, 테스트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대만 정부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첨단 패키징, AI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과감한 세제 혜택으로 AI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대만은 특히 '대만판 칩스법(반도체법)'을 2023년부터 시행해 반도체 R&D 투자액의 25%를 세액 공제해주고 있다. 한국은 올 1월에야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해 대기업 세액 공제율을 15%에서 20%로 높이는 'K칩스법'을 통과시켰다.
또 대만은 2017년부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한해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법을 마련했다. 한국은 반도체산업 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 특별법'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TSMC는 과거 R&D를 24시간 3교대로 진행하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추격을 따돌린 적도 있다.
대만의 반도체 전략은 국가 주도로 인프라스트럭처를 조성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 연설에서 '5대 신뢰 사업' 중 반도체와 AI를 핵심 분야로 꼽은 바 있다. AI 분야에서 대만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900억대만달러를 투자해 전국 단위의 AI 전용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및 에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대규모 반도체 양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민간 차원이 아닌 사실상 국가 단위의 전략적 움직임인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확보하려면 반도체 팹이나 연구시설을 수도권에 건설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면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환경 규제와 전력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지원도 적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도 한국 파운드리가 아닌 해외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파운드리를 쓰는 기업을 지원하고 이것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같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예측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0.8%에 그친다. 대만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6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의 올해 1~8월 수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9%에 그쳤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바이오헬스 등 6개 품목은 소폭 증가했지만 철강·석유 등 기존 주력 제품의 수출이 일제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강인선 기자 / 나현준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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