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미, 고층·방충망 소용 없다
러브버그처럼 전염 無…방역 미대상
보건소, 취약계층엔 살충제 제공도
전문가 “잦은 비·고습도에 번식 유리
기후변화 대응, 주택 새 기준 될 수도”

최근 경기지역 아파트 곳곳에서 집 안으로 날개미가 잇따라 유입되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여름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출몰한 데 이어 또다시 방역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화성·용인·성남·시흥·김포 등 경기지역 아파트 세대 내부에서 날개미 출몰 사례가 확인됐다. 미세 방충망을 설치했거나 고층에 거주하는 세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용인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40)씨는 "방마다 방충망을 설치했는데도 평소 보지 못한 날개미가 거실에서 수마리나 발견됐다"며 "집에 모기도 없는데 아기가 날개미에게 물린 건지 다리가 부어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김포에 사는 김모(56)씨는 "집 안으로 날개미가 들어와 약을 뿌려도 계속 다시 들어온다"며 "방충망이 있어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날개미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글들이 9월을 기점으로 다수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 작성자들은 다른 아파트에도 날개미가 자주 목격되는지 질문하며 제거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아파트 단지 방역을 실시하고 있는데 다음 방역 때는 방역업체에 문의해 날개미를 제거할 수 있는 특수 약품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리사무소에 직접적인 민원이 들어오진 않았으나 자주 목격되는 상황인 것은 맞다"며 "방역 주기에는 문제가 없어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피해가 잇따르지만, 날개미는 러브버그와 마찬가지로 보건소 방역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다. 보건소 방역 대상 개체는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 개체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용인 수지구보건소 관계자는 "날개미가 자주 목격되고 있어 취약계층에 살충제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번식철에 잦은 비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날개미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달 수원에는 15일간 비가 내렸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일)보다 더 길었다.
한영식 곤충생태연구소 대표는 "날개가 있는 개미는 수컷으로, 번식철이라 많이 발견되는 것"이라며 "전염성이 없어 보건소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가 잦아 습도가 높아지면서 날개미 등 곤충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층간소음 등 주거적 문제 대신 기후변화 대응이 주택 설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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