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갈등, '자담치킨'으로 번졌다고? [정치 인사이드]

홍민성 2025. 9. 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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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그 지지층에게까지 불씨가 옮겨붙은 가운데, 이들의 갈등상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통해 드러나는 이색 현상이 포착됐다.

특정 브랜드를 두고 '불매(不買) 대 구매'라는 소비 행동으로 표출된 이색적인 현상은 국민의힘 내부에 깊이 자리 잡은 계파 갈등이 이미 지지층의 일상적인 영역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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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자들은 '불매' 외치더니
韓 지지자들은 "'돈쭐' 내자"
이색 현상에 "심리적 분당" 한숨
회복 기미 안 보이는 국힘 계파 갈등
장동혁 '당원게시판' 언급에 결정타
사진=뉴스1


국민의힘의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그 지지층에게까지 불씨가 옮겨붙은 가운데, 이들의 갈등상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통해 드러나는 이색 현상이 포착됐다. 적잖게 황당한 상황에 당내에서는 "지지층 간의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왔다.

◇ "'돈쭐' 내자" vs "하필 왜 '좌담'?"

경남 진주의 한 자담치킨 지점에서 치킨 배달을 체험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 인천의 한 자담치킨 지점에서 내걸었던 전광판. / 사진=한 전 대표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지난 24일 영세 자영업자의 고충을 청취하기 위해 경남 진주의 자담치킨 한 지점을 방문했다. 당시 한 전 대표가 아르바이트생과 치킨 박스를 접는 모습, 직접 치킨을 배달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이 행보는 널리 알려졌다.

이후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자담치킨 구매 운동'에 즉각 나섰다. 팬카페 '위드후니'에서는 "대표님이 방문한 소상공인 업체를 '돈쭐' 내주자"는 제안이 잇따랐고, "요청사항에 한동훈 기사 보고 주문했다고 입력했다", "처음으로 주문해봤다" 등 구매 인증이 줄을 이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은 한 전 대표의 자담치킨 방문 소식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는 과거 인천의 한 자담치킨 지점이 윤 전 대통령 파면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매장 전광판에 각각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당선"이라는 메시지를 송출했던 사건 때문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매 운동'을 전개하며 해당 지점에 '별점 리뷰 테러'를 가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이들은 한 전 대표 자담치킨 지점 방문 관련 포털 뉴스 댓글에서 "하필 많고 많은 치킨집 중에 '좌담치킨'(좌파+자담치킨)이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환영하고 중국이 뽑아준 가짜 대통령을 축하해줬던 매국치킨"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정 브랜드를 두고 '불매(不買) 대 구매'라는 소비 행동으로 표출된 이색적인 현상은 국민의힘 내부에 깊이 자리 잡은 계파 갈등이 이미 지지층의 일상적인 영역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 갈등 결정타 날린 장동혁…'당원 게시판' 다시 언급

지난해 12월 11일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나가는 사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사흘 뒤 장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한동훈 대표 체제의 붕괴를 이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지지층 분열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절연한 장동혁 대표가 한 전 대표를 향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다시 언급하고 나서면서 갈등에 결정타를 날리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전날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을 신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문제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안"이라면서 의혹 규명 의지를 드러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한 전 대표가 당대표를 지내던 지난해 11월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고, 전산상 오류로 글의 작성자가 한 전 대표 가족과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올해 대선 경선에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TV 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진위 확인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은 친윤계의 한 전 대표 공격 소재로 노골적으로 활용된 바 있다. 한 전 대표를 향한 '배신자 프레임' 공세의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한 전 대표는 "익명이 보장된 게시판에 쓴 글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사건을 장 대표가 다시 꺼내 든 것은 한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발이 친한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한 전 대표와 함께 갈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당내에서는 이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두 계파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에 치명적인 빨간불을 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정 정국에 휘둘리며 여론 반전도 못 하고 있는데, 단일대오도 난망하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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