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확산하는 이주민 혐오···“쿠르드족 향한 적대감 커져”

최경윤 기자 2025. 9. 30. 19: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난민법 개정 후 ‘이민자=범죄 온상’ 인식
정치권·극우 세력 중심으로 혐오 확산세
일러스트 | NEWS IMAGE

일본에서 이주민 혐오가 확산하는 가운데 쿠르드족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극우 세력의 부상 속에 이들을 향한 차별과 배제는 물리적 위협까지 번지고 있다.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최근 일본에서 이주민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10년 넘게 가와구치에서 거주 중인 쿠르드족 이주민 알리의 사례를 보도했다. 알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요즘 일본 이웃들이 우리에게 훨씬 더 차가워졌다. 인사조차도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놀지 않는다”며 최근 일본 사회에서 쿠르드족을 향한 적대감이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알리의 자녀들이 물리적 위협에 노출되는 일도 있었다. 집 근처 공원에서 놀던 초등학생 자녀들은 갑자기 다가온 한 남성에게 얼굴을 맞고 바닥에 넘어졌다. 이 남성은 일본어로 “외국인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이뿐 아니라 최근 와라비 지역에서는 할랄 마트와 케밥 가게가 일본 라멘 가게, 편의점과 같은 공간에 들어서면서 논란이 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와라비 지역 이주민들을 비하하는 ‘와라비스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가디언은 최근 이주민 혐오가 확산한 배경으로 2023년 통과한 일본의 ‘난민법’ 개정안을 지목했다.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개정안은 난민 신청 중 본국 송환을 정지하는 기존 규정을 바꿔 세 차례 이상 난민 신청을 반복할 경우 본국으로 강제 송환할 수 있도록 했다. 외신은 이를 기점으로 보수 언론과 SNS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이 범죄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출입국 관리 당국인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기간을 초과해 불법으로 머문 외국인은 약 7만7000명으로, 같은 해 일본 거주 외국인 약 377만명의 2% 수준이었다.

일본 내 극우 세력의 증가도 이주민 혐오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바카스 콜락 일본쿠르드문화협회 사무총장은 와라비역에서 열리는 이주민 혐오 시위를 언급하며 “극우 세력과 이에 동조한 언론 매체들은 이주민 문제를 마치 공공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처럼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 혐오는 일본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민 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유력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23일 외국인을 두고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고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역시 “이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 외국인 유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인구는 약 91만명 감소했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35만명가량 늘었다. 일본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는 2070년까지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사회는 혐오 확산을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쿠르드족 이주민을 돕는 비정부기구 ‘자이니치 쿠로도진’을 운영하는 누쿠이 타츠히로는 “최근 몇 달 동안 지역 쿠르드족 공동체에 대한 학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다른 외국인 공동체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