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역주택조합과 환불보장약정
지역주택조합은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전국의 지역주택조합은 618개(2024년 말 기준), 부산은 총 122개(지난 6월 기준, 해산조합 포함)다. 서울을 넘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주택조합이 있다는 점에서 부산시민이라면 이 단어가 그리 생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일반인이 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들이 모은 분담금으로 특정 지역의 토지를 매입 후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주로 해당 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의 1주택 소유자가 조합원이 된다.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을 진행하려면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보니, 과거 많은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조합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는 납입한 금액을 모두 돌려주겠다’는 조건이 담긴 환불보장약정 서류를 조합원들에게 주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까지 해 부동산을 구입하려던 2021년까지는 지역주택조합 관련 법적 분쟁이 많지 않았으나, 부동산이 가격상승을 멈춘 2022년부터는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을 문제삼아 가입한 조합을 상대로 납입 금액을 모두 돌려달라는 소송이 유행처럼 번졌고, 법원에서는 환불보장약정을 믿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의 조합가입계약 자체가 무효이며 납입한 금액을 전액 돌려주라는 판결들이 대거 선고되었다.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발행한 환불보장약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환불보장약정과 무관하게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사업부지의 대부분을 매수하고, 착공을 앞둔 지역주택조합이었다. 또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통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년을 기다려온 조합원들이었다. 환불보장약정을 통한 소송의 증가로 사업이 잘 진행되던 곳까지 사업 실패 위험성이 매우 커지게 된 것이다. 지역주택조합과 관련, 드물지만 조합이 파산절차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조합이 사업의 중단을 결심하고 파산신청까지 검토하는 이유는 조합원들이 환불보장약정을 근거로 대규모 소송을 진행했고, 조합이 패소했기 때문이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조합원 다수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들이 납입한 금액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납입한 금액을 반환하게 되어 조합의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최근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과 관련해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에서 지역주택조합의 환불보장약정과 관련해 제시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판단된다. 첫째, 지역주택조합 가입 조합원의 경우 조합 가입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주택조합이 짓는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원하는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본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 행정청으로부터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는지도 포함된다.
둘째,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여러 조건과 무관하게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납부했는지 여부다. 대부분의 환불보장약정을 살피면, 조합원들은 이미 몇 년 전 조합에 충분히 환불을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환불을 요청하지 않았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전국의 모든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실태점검을 지시했고,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많은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사업부지를 매수하고,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참고해 이 사업이 재개발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주거환경 조성에 필요한 주택의 건설·공급을 통해 서민의 내 집 마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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