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일 정상,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
李대통령 “한일 시도때도 없이 만나며 가까워져야”
다음달 퇴임하는 이시바 “한일 관계 되돌리지 말아야...역사 직시하는 용기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부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한일 간 협력의 축적이 과거사 등 현안 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격변하는 무역 질서에 함께 대응하기로 하고, 북극항로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76분간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정상회담 때 이시바 총리에게 ‘서울 아닌 지방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부산 회담이 성사됐다. 일본 총리가 서울 이외 도시를 양자 회담 장소로 방문한 건 2004년 고이즈미 총리 이후 21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시바 총리 내외가 누리마루로 입장할 때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연한 취타대 전통 군악대 선도와 의장대 도열이 있었다며 “실무 방문이지만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이 셔틀 외교가 완성된 것을 환영하며 재개된 셔틀 외교 기반 위에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취임 100일 만에 총리님을 3번이나 뵈었다”며 “오늘의 이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셔틀외교의 진수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왔는데, 아마도 총리님이 일본에서 부산으로 날아온 게 거의 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짧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만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안보상으로 정말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셔틀 외교를 정착시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오가며 공동 발전을 기약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에 이어 발언에 나선 이시바 총리는 “여기(부산)는 맑은 날에 쓰시마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며 “비행기를 타고 2시간밖에 안 걸리고 아마도 제 고향에선 1시간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의 고향은 일본 혼슈 남부의 돗토리현이다.
이시바 총리는 “부산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며 “조선통신사는 활발한 인적 교류의 힘이고,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어 “당일치기도 할 수 있는, 이렇게 가까운 위치에 있기에 한국과 일본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고 왕래하고 교류하면서 매번 만날 때마다 셔틀 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앞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 뒤 ‘한일 공통 사회 문제 대응과 관련된 당국 간 협의체 운용 방안’이라는 이름의 공동발표문을 냈다. 두 정상은 지난달 일본에서의 회담에서 ‘한일 공통 사회 문제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는데, 이날 회담에서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양국은 발표문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국토 균형 성장, 농업, 방재, 자살 대책을 포함한 한일 공통 사회 문제에 대해 당국 간 협의를 관계 부처가 주도하는 형태로 실시하기로 하고, 협의체 전반을 총괄하기 위한 협의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 달 4일 일본 자민당에서 새 총재가 선출되면 물러날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로 내각 총리로 취임한 지 365일이 된다”며 “마지막 외교를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대단히 뜻깊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퇴임 뒤에도 “관계 개선의 성과 기조가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차기 일본 총리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우파 성향이 뚜렷해 한일 관계가 이시바 총리 때와 같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취재진에 한일 관계에 대해 “다른 나라이므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며 “다음 정권에 바라는 것은 역시 이 관계를 불가역적으로 되돌리지 말고 발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 있는 고(故) 이수현씨의 묘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씨는 일본 유학 중이던 2001년 1월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현직 일본 총리로는 이씨의 묘소를 처음 찾은 이시바 총리는 “남을 위해 본인의 생명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도 없는 그런 이수현님의 사랑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 자리에선 지난 8월 일본에서의 정상회담 때 화제가 됐던 ‘이시바 카레’ 얘기가 다시 나왔다. 당시 양국 정상은 만찬에서 ‘이시바식 카레’를 함께 먹었다. 카레를 좋아하는 이시바 총리가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만든 카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서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특히 정말 음식을 잘 준비해주셨는데, 그중 이시바 카레가 최고였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나중에 다시 자리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혜경 여사는 이날 정상회담 일정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전날 저녁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오른쪽 귓속 돌(이석)의 이상으로 생기는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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